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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운동 칼럼> - 반동물적 민원을 사례로 동물운동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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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운동 칼럼>

- 반동물적 민원을 사례로 동물운동 이해하기-


얼마 전 동물권단체케어는 동물운동 강좌를 진행하였고 동물권단체케어의 전 대표였던 박소연씨가 한 꼭지를 맡아서 강의했습니다. 그런데 박소연씨의 강의에 대해 누군가 경기도와 농림부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불법 안락사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동물보호 강연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동물보호 강연의 관리감독 기준이 있는지를 묻고, 동물보호 강연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소연씨는 불법 안락사로 실형을 선고받지 않았으니 저 민원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저 민원이 가지는 더 큰 문제는 동물학대가 정상인 이 사회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반동성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반복되어 온 하나의 익숙한 장면이 있습니다.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진지한 실천이 종종 ‘법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문제화되는 것입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은 집회 및 시위에관한 법률 아래에서, 애국운동은 국가보안법 아래에서 범죄로 취급되었고, 그 중에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청학련 사건처럼 사형까지 당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노동운동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노동조합법이 이른바 제3자개입, 복수노조와 산업별 노조를 가로막던 시기에는 노동자의 단결에 위법이라는 이름이 종종 붙었습니다.


그러한 법적 판단은 당시에는 ‘상식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사회안정, 불온세력과 불순세력 척결이 명분이었고 그 정점에는 반공이라는 시대의 우상이 있었습니다. 그 우상 앞에서 다수 언론과 다수 시민은 동의하거나 침묵했고, 이성과 양심에 따라 부당한 현실을 바꾸고자 헌신하는 쪽은 국가와 사회의 안녕을 해치는 존재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그중 상당수는 재심을 통해 무죄로 바로잡혔고 악법은 개정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사람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사, 기소, 판결을 담당했던 경찰, 검찰, 법원이 어떤 책임을 지는가라고 질타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처럼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법의 오용이든, 법이 악법이든, 거대한 불의에 대한 헌신적 문제 제기가 ‘법 위반’과 ‘부적절성’이라는 언어로 처리되고, 사회가 그 판단에 쉽게 동조해 온 인식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적 의식을 켠 채, 이번 민원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이번 민원은 ‘불법 안락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가 동물권 강연을 지속하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묻습니다. 불법 안락사란 동물운동에서 공간의 부족을 이유로 안락사를 실행한 것을 말합니다. 


매년 10만 마리의 유실유기동물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 들어갑니다. 지자체는 이들을 원래 가족이나 새로운 가족에게 보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부는 가족을 찾고, 가족을 못 만난 동물은 새로운 동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안락사되거나 그 전에 아파 죽습니다. 이 시스템의 성과로서 가족을 찾는 동물의 수는 5만 마리가 넘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유한 세계를 가진 동물 5만 명에게 가족을 찾아 준다는 것은 매우 큰 성과입니다.


그 성과의 이면에 안락사 및 안락사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인 폐사가 있습니다. 이런 비극을 겪는 동물의 수를 줄일 수 있는 근본 대책은 유실유기동물의 수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밖에 없습니다. 입양률을 높이는 것이나 동물보호센터의 예산 확대를 언뜻 떠올릴 수 있으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유실유기동물의 수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여러 방안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결국 국민의 가치 구조와 사회제도의 전반적 변화가 요구됩니다.


지자체 동물보호 시스템의 성과와 한계, 대책을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나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공간부족을 이유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안락사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동물을 위한다는 관점에서는 잘못된 판단임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동물운동에서의 안락사에 대해서는 훨씬 더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동물운동이 구조하는 동물은 지자체가 구조하는 유실유기동물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구조가 필요한 피학대동물이며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공간의 확보는 지자체보다 훨씬 더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자체가 아닌 동물운동이 시행하는 안락사는 불법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목적은 정당하지만 법 위반은 맞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는데 현행법이 동물운동의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는 악법인지, 아니면 법해석이 잘못되었고 미래에 재심을 통해 정정되어야 하는 것인지는 지금 알 수 없습니다. 


설령 법해석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경찰, 검찰, 법원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과거 사법살인이라고 하는 것도 국민의 다수가 반공이라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동물보호법해석은 국민의 잘못된 의식을 반영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법 자체가 악법인 경우라 해도 그 법을 만든 국회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국회 역시 국민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임의 경중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앞으로 법해석을 바로 하기 위해서나 악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나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의식을 문제시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동물을 위해 불가피한 안락사에 왜 반대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인간은 일차적으로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감정이 내리는 판단이 종종 극단적으로 반이성적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현재 안락사되는 동물 개체나 소수의 동물 집단에 공감을 할 뿐이며 규모가 큰 집단이나 사유가 요구되는 복잡한 현상에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행동경제학, 트롤리 사고실험 연구, 진화심리학, 뇌과학의 이에 대한 설명은 유튜브에서도 차고 넘칩니다. 유명한 심리학자 폴 블룸은 자신의 책 제목을 아예 “공감에 반대한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 동물보호의 선진국은 안락사를 처벌하지 않는데 한국은 처벌하는가? 동물이 이성보다 감정을 더 자극하는 주제인데, 한국인이 감정적 판단에 쏠리는 성향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강해서 그렇다고 해야 할까요? 여하튼 안락사를 비난하는 이 터무니없고 반동물적인 현상이 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저 착하고 저 가엾고 저 귀여운 존재를 어떻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마음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거대한 사회이념이 이런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그 이념은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동물권단체케어가 20년이 넘는 기간 온갖 고난과 비웃음과 비난과 처벌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동물학대의 현장으로 달려가 비타협적으로 싸우고 구조하는 유일한 존재로 남은 것은, 저 마음이 누구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저런 감정에만 머무르고 이성에 따라 나아가지 않는다면 자신의 감정을 만족시킨 대가로 전체 동물을 고통으로부터 구조하는 걸음에 족쇄를 채우는 매우 나쁜 결과에 이르게 됩니다.


‘저 착하고 저 가엾고 저 귀여운 존재’를 넘어서서 ‘가족’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성이 어쨌든 가족을 어떻게 죽이느냐는 것이지요. 진실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그 동물을 입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입양은 하지 않으면서 말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왜 당신은 입양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말만 동물을 위하는 사람.  


솔직히 말해봅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동물을 좋아하는 많은 국민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 말은 진실이 아닙니다. 그냥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볼 뿐이며 만약 동물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낄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의 고통은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입니다. 인간이 이용하는 동물의 대부분은 가축이거나 어류이며 이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가슴 근육만 비대해져 도축라인에 거꾸로 매달리는 아기 닭, 압착과 질식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포획되는 고등어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닭과 고등어를 먹습니다. 


그들의 고통에 대해 알면서 먹을 수도 있고 몰라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몰랐다면, 동물에 대한 저런 기본적 사실도 모르면서 동물을 좋아한다는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또한 고통에 대해 알고 모르고를 떠나 사람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동물의 생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피학대동물을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구조하여 가족을 찾아주는 행위를 지속하기 위하여 구조된 동물의 일부에 대해 통증없는 죽음을 시행한 행위를 비판한다면 얼마나 생각이 없는 일입니까. 사람들의 그 생각없음을 이용하여 동물운동에 민원을 넣는 자는 얼마나 사악한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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