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도 멧돼지도 돌아갈 야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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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없다.
인간이 정의한 조건 속의 ‘야생’만 남아 있다."
같은 4월, 같은 도심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우리가 야생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27일.서울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어린 멧돼지가 들어왔습니다.
주민 생활공간에 진입한 상황에서 대응이 이루어졌고,
약 50분 만에 어리고 야윈 멧돼지는 포획 과정 중 폐사했다고 합니다.
공개된 상황만 놓고 보면,
초기 대응 단계에서 마취 장비나 충분한 차단·방어 수단이 즉시 활용되었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반복적인 추격과 압박은 야생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포획성 근병증과 같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폐사에 이를 가능성도 지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드문 경우이며, 소방대가 늘 하던 방식인
마취제가 아닌 근이완제 투여로 인해 폐사된 것은 아닌지도 의심됩니다.
이번 상황의 핵심은 결과보다 과정입니다.
충분한 통제와 진정(마취) 조건을 만들기 전에
추격과 압박이 먼저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같은 시기, 대전에서는
탈출한 늑대 ‘늑구’가 9일 동안 이동한 끝에 마취를 통해 생포되었습니다.
인명 피해 없이,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두 사건 모두 인간의 공간에 들어온 야생동물이었습니다.
그리고 통제가 불가능해졌다면 늑구도 결국은 사살했을 것입니다.
즉, 인간 중심의 판단 구조 자체는 불변할테니까요.
하지만 결과를 가른 것은
그 안에서 허용된 시간과 방식, 그리고 그렇게 하도록 만든 대중적 관심.
결국 늑구에게는 9일이 주어졌고, 멧돼지에게는 50분이 주어졌습니다.
마르고 어린 개체였습니다.
즉, 공격성이 높은 성체보다 상대적으로 통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개체를 사람과 동물 모두 다치지 않게 포획하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 이미 반복되어 온 기본 대응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보인 것은
마취 장비나 충분한 차단 방어막 장비 하나 없이 올무 중심의 접근이었습니다.
이는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 부족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도심에 야생동물이 진입하는 상황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응 역시 우연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표준화된 장비와 절차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포획이 가능했느냐를 따지기 전에 제대로 포획할 준비가 되어 있었느냐를 물어야 합니다.
이름과 서사를 가진, 대중의 관심을 모은 늑구.
이름도 서사도 없이 그저 출몰개체로만 여겨지는 어린 멧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조건은
돌아갈 안전한 야생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인간의 정의한 조건 속의 야생이 바뀌지 않는 한"
-케어-
영상출처 @sobangin119
#늑구 #멧돼지 #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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