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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호

부산동의의료원 의사 | 채식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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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잡식동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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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육식동물인가 아니면 초식동물인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식도 초식도 아닌 잡식동물이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며, 한 줌의 의심도 갖지 않는다. 왜? 본인이 그렇게 살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과 주변인들의 식습관을 관찰한 결과이지, 실제 인간의 몸이 잡식동물인지 아닌지는 우리 몸의 해부학적 구조를 자세히 살펴봐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인간에게 적합한 음식이 뭔지를 알기 위한 객관적인 방법은, 인간의 해부학적 및 생리학적 특징이 다른 어떤 동물과 유사한지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1,2]. 

육식동물(Carnivore), 잡식동물(Omnivore), 초식동물(Herbivore)의 해부학적 차이는 다음과 같다.


1. 입

사자, 호랑이 등의 육식동물과 곰, 늑대 등의 잡식동물은 먹이를 물어 붙잡고 죽일 수 있도록 머리 크기에 비해 입을 크게 벌릴 수 있다 [3]. 
아래 사진은 암사자가 하품하면서 벌린 입이다. 거울 앞에 가서 최대로 벌린 우리의 입과 비교해 보자. 

토끼, 노루, 사슴, 염소, 양 등의 초식동물은 입이 상대적으로 작다. 인간도 작은 입을 가지고 있어 초식동물에 가깝다. 초식동물은 얼굴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고, 두툼한 입술, 그리고 근육질인 혀를 가지고 있어 치아가 분쇄한 음식을 침과 잘 섞이게 한다. 인간도 그렇다 [4]. 


2. 턱관절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의 턱관절은 치아와 거의 같은 평면에 위치한 단순한 경첩식 관절(hinge-type joint)로 무는 힘과 자르는 힘이 매우 강하고 안정적이다. 따라서 몸부림치는 먹이를 진압하거나 뼈를 부수는 역할을 한다. 육식동물이 턱을 닫았을 때는 이빨들이 한 쌍의 칼날처럼 강력하게 먹이를 자른다 [5]. 

초식동물의 턱관절은 씹을 때 더 큰 동작을 제공하기 위해 치아 평면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존재한다. 이 유형의 관절은 육식동물의 경첩식 관절보다 덜 안정적이지만, 앞뒤 및 좌우 운동에 유리하여 식물처럼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씹을 때 필요한 복잡한 턱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초식 동물의 하악골(mandible)은 먹을 때 좌우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 측면 운동은 음식을 씹어 가는(crush and grind) 동작에 꼭 필요하며,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래그림 설명 -> 붉은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턱관절로 인간은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과는 달리, 초식동물처럼 턱관절이 치아 평면보다 상부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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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육식동물)와 개(잡식동물)의 식사 시간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잘 씹지 않고 음식을 통째로 삼킨다. 그러나 초식동물인 토끼나 사슴이 먹는 것을 보면 인간처럼 삼키기 전에 한참 동안 씹는다.


3. 치아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의 앞니(incisor)는 짧고 예리한 원뿔 모양(peg-shaped)으로 먹이를 붙잡고 자르는데 쓰인다. 초식동물의 앞니는 넓고 납작하며 삽 모양(spade-shaped)으로 서로 맞물려 있어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자르고, 물어뜯는 데 유리하다. 인간의 앞니는 초식동물과 유사하다 [6].

육식동물의 송곳니(canine)는 먹이를 관통하여 주요 동맥이나 내장 기관에 치명타를 주기 위해 칼처럼 매우 길고 뾰족하고(pointed) 날카롭다. 잡식동물은 육식동물 보다 길이는 조금 적으나, 사냥감을 물어 고정하고 찢기 위해 여전히 위협적이다. 초식동물과 인간의 송곳니는 작고 뭉툭(blunt)하여 위협적이지 않고, 앞니처럼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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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의 어금니인 소구치(premolar)와 대구치(molar)는 삼각형 모양으로 가위처럼 상하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로 되어있어 날카롭게 먹이를 절단하는 작용을 한다. 초식동물과 인간의 어금니는 사각형 모양이고 윗면이 납작하여 절단 작용은 할 수 없고, 음식을 씹는 표면에 돌출부와 오목한 부분이 있어, 수평으로 움직이며 음식을 으깨고 잘게 가는(crush and grind) 절구통과 맷돌의 역할을 한다 [7]. 


4. 침

초식동물의 침샘은 육식동물보다 훨씬 더 크고 잘 발달되어 있다. 왜냐면 식물을 음식으로 하기에 오래 씹고 음식물이 침과 섞여 부드러워진 후 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초식동물의 침은 양이 많고 묽은(serous) 반면, 육식동물들의 침은 상대적으로 양은 적으나 끈적끈적(mucous)해서 별로 씹지도 않고 덩어리로 삼킨 먹이를 목구멍으로 잘 넘긴다. 인간의 침샘도 초식동물과 유사하게 크고, 침은 묽다 [8]. 

초식동물과 인간의 침에는 탄수화물 소화효소인 아밀라제(amylase)를 포함하고 있어, 입안에서 음식을 꼼꼼하게 씹고 침과 섞어, 식물에 많이 들어있는 복합 탄소화물의 소화를 돕는다.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의 음식에는 탄수화물이 거의 없어, 침에 아밀라제가 없고, 음식을 침과 섞을 필요가 없기에 대충 씹은 후 통째로 삼킨다 [9].


5. 위와 소장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은 먹이를 덩어리로 삼키기에 위의 크기가 소화관 전체 용량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이들은 잡은 동물을 먹을 때, 빨리 그리고 한 번에 가능한 많은 고기를 배불리 섭취하고 나중에 쉬는 동안 천천히 소화할 수 있게 되어있다. 

초식동물과 인간은 많이 씹어서 부드럽게 된 음식만을 삼킬 수 있기에 위의 크기가 30% 정도로 작다. 식도는 좁아서 소량의 음식을 내리기에 적합하기에, 빨리 먹거나, 많은 양의 음식을 삼키려거나, 잘 씹히지 않는 음식(고기가 가장 흔한 원인)을 삼키는 경우 질식을 초래하기도 한다.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은 잡아먹은 동물의 근육이나 뼈를 녹일 정도로 위산도가 pH 1-2 로 강하게 유지되어 고기 소화를 잘하며, 부패하는 육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위험한 박테리아를 잘 죽인다. 초식동물의 위산도는 pH 4-5 정도로 고기를 잘 분해하지 못한다. 사람의 경우에도 위에 음식이 있을 때 위산도가 pH 4-5 정도로 초식동물과 유사하여 고기를 쉽게 분해 못하고,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10,11] 

고기는 육식동물에겐 상대적으로 쉽게 소화되기 때문에 소장의 길이가 짧아 몸길이의 약 3-6배 정도이다. 고기는 장 속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독소와 부패물질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육식동물은 고기를 먹고 빨리 변으로 배출한다. 


초식동물은 다양한 식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소화가 잘되지 않는 섬유질로 인해 시간이 많이 걸려 소장의 길이가 몸길이의 10-12배로 육식동물보다 훨씬 더 길고 정교하다. 인간의 소장 길이도 초식동물과 유사하게 약 10배다. 인간은 장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육식을 하면 부패하는 고기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생긴다.


6. 대장

대장(colon)은 소장에서 넘어온 소화되고 남은 음식 찌꺼기에서 수분을 흡수해서 고형성분의 변을 만들어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육식동물의 대장은 원통 모양(cylindrical)이고 간단하며 길이가 짧아, 오직 물과 소금을 흡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있을 뿐이다. 

인간의 대장은 초식동물 특유의 주머니 구조(sacculated)를 보여주며 넓고 길이가 길어 물과 전해질 흡수, 비타민 생산 및 흡수, 섬유질의 발효 및 상당량의 에너지(단쇄 지방산)도 생산하는 고도로 특화된 기관이다 [12,13]. 


7. 그 외 사항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은 길고 구부러진 날카롭고 강력한 손발톱(claw)을 가지고 있어 다른 동물을 사냥하기 좋게 되어있는 반면, 초식동물과 인간의 손발톱(nail)은 납작하고 뭉툭하여 과일이나 채소를 채집해서 먹기 좋게 생겨있다. 

몸에서 생긴 열을 제거하는 메커니즘도 다르다.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의 피부에는 땀샘이 없어 혀를 내밀고, 얕고 빠른 호흡으로 헐떡이며(panting) 혀의 수분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춘다. 더운 날 뛰어다니다 혀를 기다랗게 내밀며 열을 식히는 개들이 그러하다. 

초식동물과 인간은 온몸의 피부에 존재하는 땀샘에서 땀을 흘리며(sweating) 체온을 낮춘다. 운동 후 땀으로 젖은 옷을 입고 쉬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인간이 초식동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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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는 유전학적으로 사람과 가장 유사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침팬지의 유전자와 인간의 유전자는 약 98% 일치한다 [15,16].
침팬지도 잡식동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은 과일을 주로 먹고 나뭇잎, 꽃, 줄기, 각종 열매 등을 먹는다. 곤충과 고기도 가끔 먹지만 비율로 계산하면 약 2% 정도에 불과하다 [17].
결론적으로 인간의 구강 및 위장관 구조는 초식동물과 매우 흡사하다. 곰이나 개와 같은 잡식동물에서 발견되는 혼합된 구조적 특징을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동물성 식품이 아닌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8]. 

인간의 소화기관은 채식이 적합하기에, 육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질환들은 육식 자체가 인간의 몸 구조와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알기 원하시는 분은 아래 도표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해부학적으로 초식동물에 가까운 인류가 왜 육식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인간은 잡식동물이 아니었다.



참고문헌

2. MR Mills. The comparative anatomy of eating. ecologos. org. 1996 [Accessed 12 Febraury 2016]. 
3. J Bourke, S Wroe, K Moreno, et al. Effects of gape and tooth position on bite force and skull stress in the dingo (Canis lupus dingo) using a 3-dimensional finite element approach. PLoS One 2008;3(5):e2200.
4. SW Herring, SE Herring. The Superficial Masseter and Gape in Mammals. The American Naturalist 1974;962(108):561-576.
5. K Schwenk. Feeding: form, function and evolution in tetrapod vertebrates. Academic Press, 2000.
6. S Hillson. Teeth.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7. PS Ungar. Mammalian dental function and wear: A review. Biosurface and Biotribology 2015;1(1):25-41.
8. A Tucker, I Miletich. Salivary glands: development, adaptations and disease. Vol. 14. Karger Medical and Scientific Publishers, 2010.
9. C Boehlke, O Zierau, C Hannig. Salivary amylase – The enzyme of unspecialized euryphagous animals. Archives of Oral Biology 2015;8(60):1162-1176.
10. HP Simonian, L Vo, S Doma, et al. Regional postprandial differences in pH within the stomach and gastroesophageal junction. Digestive diseases and sciences 2005;50:2276-2285.  
11. A Hila, H Bouali, S Xue, et al.  Postprandial Stomach Contents Have Multiple Acid Layers. Journal of Clinical Gastroenterology 2006;40(7):612-617.
12. DJ Chivers, CM Hladik. Morphology of the gastrointestinal tract in primates: comparisons with other mammals in relation to diet. Journal of Morphology 1980;166(3):337–386.
13. TT Kararli. Comparison of the gastrointestinal anatomy, physiology, and biochemistry of humans and commonly used laboratory animals. Biopharmaceutics & drug disposition 1995;16(5):351–380.
15. H Kaessmann, S Paabo. The genetical history of humans and the great apes. J intern Med 2002;251:1-18. 
16. K Wong. The 1 percent difference. Genome comparisons reveal the DNA that distinguishes Homo sapiens from its kin. Sci Am 2014;3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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