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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과 건강

송무호

부산동의의료원 의사 | 채식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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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저탄고지 혹은 키토제닉 다이어트 2 (살이 쉽게 빠지는 비밀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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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식사를 계속하면 탄수화물 식품을 통한 포도당 공급이 급격히 줄어 간과 근육에 저장해 놓은 글리코겐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주로 혈당치를 유지하여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기타 기본 생명유지에 쓰이는 에너지원이고,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해당 근육을 움직일 때 주로 소모된다 [1].

 

뇌는 체중에서 고작 2%를 차지하지만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하루 섭취 칼로리의 무려 20%를 소비할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기관이다 [2]. 포도당은 뇌의 에너지원으로 가장 중요하므로 혈당은 항상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저혈당 문제가 생기기에 탄수화물 공급이 중단되고, 글리코겐으로부터의 포도당 공급마저 떨어지면, 지방이나 단백질을 이용해서 포도당을 만드는 포도당신생합성(gluconeogenesis) 과정이 간에서 작동된다 [3].

 

우선 지방에서 나오는 글리세롤이 포도당으로 전환되지만 수요에는 한참 모자라므로, 탄수화물 공급이 중지되고 2-3일간은 근육 단백질을 분해해서 나온 아미노산을 이용해서 추가로 포도당을 생산한다. 하지만 단백질은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탄수화물 공급 중단이 수일간 더 지속되면 우리 몸은 단백질을 보존하기 위한 또 다른 메커니즘이 작동된다(protein-sparing effect) [4].

 

평상시 뇌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지만 이런 비상사태에서는 에너지 공급 체계가 바뀌어 지방분해과정(ketogenesis)에서 만들어진 케톤이 뇌혈관장벽(blood-brain-barrier)을 넘어가 대체 에너지로 사용된다 [5]. 뇌 외에도 근육, 심장, 신장 등 신체의 대부분 기관들은 비상시 포도당 대신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간과 적혈구는 케톤을 사용할 수 없고 오직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우리 몸은 근육에 있는 단백질을 분해해서 나온 아미노산을 포도당으로 전환하는 과정(gluconeogenesis)을 통해 포도당을 계속 만들어 공급한다.

 

포도당 공급이 안될 때 가동하는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은 간과 근육세포에 일정한 비율로 저장된다. 예를 들어 70kg 성인 남성의 경우 간에서 약 100g, 근육에 약 400g을 저장할 수 있다 (*참고로, 저장된 글리코겐을 열량으로 치면 1g당 탄수화물 열량 4kcal x 500g = 2000 칼로리로 성인의 하루 권장량 정도에 해당한다. 즉 우리 몸은 하루정도 단식에 대비할 에너지를 미리 비축해 둔다) [6]. 그리고 글리코겐 1g이 저장되기 위해서는 3g의 물이 필요하기에 평상시 저장된 수화 글리코겐 전체 무게는 약 1.5kg이 된다. 따라서 저장된 글리코겐이 다 소비되었다는 것은 체중이 약 1.5kg이 빠졌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7].

 

키토제닉 다이어트 초기의 빠른 체중감소는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저장된 글리코겐의 고갈과 그 글리코겐이 가지고 있던 수분이 빠져나간 것이 주원인이다. 또한 케톤은 재흡수가 안되는 음이온으로 신장을 통해 배설될 때 염분과 수분이 추가로 빠져나가는 이뇨 작용을 한다. 그리고 키토시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근육 단백질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을 포도당으로 만들어 간과 적혈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포도당신생합성 과정이 작동하여 근육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체중이 더욱 빠지게 된다.

 

즉 키토제닉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초기 1-2주일에 2-3kg의 체중이 쉽게 빠지면서 사람들이 매우 만족해 하지만 실제로는 체내 수분과 단백질이 빠져나가는 것이지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표인 불필요한 체지방 감소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8]. 따라서 이 방법은 단기간의 빠른 체중감량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상업적인 다이어트 책의 저자에겐 좋은 소재거리지만, 체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살 빼기로는 절대 추천할 수가 없는 다이어트이다. 그럼 다이어트의 궁극적 목표인 체지방 감소는 어떻게 해야 이루어질까?

 

참고문헌

1. DH Wasserman. Four grams of glucose. Am J Physiol Endocrinol Metab 2009;296(1):E11-E21.

2. ME Raichle, DA Gusnard. Appraising the brain's energy budget.

Proc Natl Acad Sci USA 2002;99(16):10237-10239.

3. Y Schutz. Protein turnover, ureagenesis and gluconeogenesis. Int J Vitam Nutr Res 2011;81(2):101-107.

4. JA Vazquez, SA Adibi. Protein sparing during treatment of obesity: Ketogenic versus nonketogenic very low calorie diet. Metabolism 1992;41(4):406-414.

5. P Mergenthaler, U Lindauer, GA Dienel, et al. Sugar for the brain: the role of glucose in physiological and pathological brain function. Trends Neurosci 2013;36(10):587-597.

6. MA Denke. Metabolic effects of high-protein, low-carbohydrate diets. American Journal of Cardiology 2001;88(1):59-61.

7. SN Kreitzman, AY Coxon, KF Szaz. Glycogen storage: illusions of easy weight loss, excessive weight regain, and distortions in estimates of body composition. Am J Clin Nutr 1992;56(1 Suppl):292S-293S.

8. Hall KD, Chen KY, Guo J. et al, Energy expenditure and body composition changes after an isocaloric ketogenic diet in overweight and obese men. Am J Clin Nutr 2016;104(2):3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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