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칼럼 -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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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칼럼 - 껍데기는 가라>
지난 16일 트랙터를 끌고 전남과 경남에서 동군과 서군으로 나눠 출발한 전봉준투쟁단이 22일 서울 대통령 관저 앞 진입의 꿈을 이뤘다.
농민들은 동학농민군을 이끌고 한성을 탈환하려 했던 전봉준의 꿈을 130년 만에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오마이뉴스)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우리 역사에서 전봉준투쟁은 껍데기와 대비되는 어떤 것이다. 온갖 위선과 워싱에 대비되는 어떤 것이다.
환경재단이 문화와 교육을 통해 환경인식을 높이고 대안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그린보트(크루즈를 타고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것)가 그린워싱이라고 최근 비난을 받고 있다.
크루즈 여행이 반환경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그린보트가 그린워싱인 이유가 크루즈 여행이 반환경적이어서 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그린보트가 그린워싱인 이유는 크루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크루즈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내용이 환경문제의 해결과 거리가 멀어서 그러하다. 환경재단은 입장문에서 “나만 옳다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아 많은 문제들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골만 깊어갑니다”, “한배를 타는 것은 이 울타리를 깨고 머리를 맞대는 과정입니다”라고 말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체제를 전환하는 것은 선이고, 이에 저항하는 것은 악이며 환경단체라면 이 선악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시민들과 함께, 시민들 앞에서 아우성을 치는 것이 해야 할 바다. 짧지 않은 시간, 밀도 높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트랙터를 끌고 진입해야 할 체제의 중심부를 가르치는 것이라면 크루즈 보다 더 나쁜 오염원에서 진행된다고 한들 가치있는 일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자는 발상 자체가 곧 그린워싱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과연 환경재단만 그린워싱인가? 다른 환경단체는 어떠한가? 크루즈 여행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그치는 것이 환경판의 플레이어들끼리 봐 주기하는 것은 아닌가?
물론 환경단체의 그린워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우스피라시, 시스피라시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환경단체의 그린워싱을 비판하고 있다.
장구한 역사를 가진 환경판에서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단체는 거의 신생단체라는 점은 기존 환경단체에 대한, 민감한 시민들의 본능적 거부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왜 동물판과 거리가 먼 환경판에 대해 이렇게 열을 내고 있는가?
동물판 역시 애니멀 워싱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복지와 권리, 자유와 해방을 단체명에 내걸고 있지만 동물의 억압과 착취에 대항하는 아우성은 보이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겉잡을 수 없이 심화되고 있고, 매순간 수많은 동물이 극단적 고통을 겪다 죽고 있다. 언제까지 껍데기가 이를 호도할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 작은 등불으로라도 남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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