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과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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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과 ‘마리’>
케어는 사람 아닌 동물을 셀 때도 ‘마리’가 아닌 ‘명’(名)이라는 낱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명은 사람을 세는 단위, 마리는 짐승이나 물고기, 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라고 되어 있습니다.
국어사전 어디에도 마리는 낮춤말이라는 설명은 없습니다. 그래서 케어가 동물을 명이라고 부르면, ‘동물은 마리, 사람은 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법에 맞는 것이다, 동물을 마리라고 부른다고 해서 동물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문제제기하는 분이 계십니다. 과연 그럴까요?
누가 나에게 ”어제 회식 때 너희 부서에서는 몇 명이나 착석했니“라고 물으면 나는 ‘착석’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어제 회식 때 너희 부서에서는 몇 마리나 참석했니“라고 물으면 나는 어법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모욕감부터 느낄 것입니다.
명-마리는 인간-동물이라는 위계성을 수용한 표현입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시댁-처가가 남성-여성이라는 위계성을 수용한 표현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마리는 동물에 대한 혐오표현일까요? 마리는 혐오보다 더 어두운 사실의 표현입니다.
혐오표현은 흔히 ”소수자 집단이나 그 집단의 구성원에 대해서 안 좋은 생각을 유포시키거나 고정관념이라든가 편견이 담긴 말들을 통해서 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고착화시키거나, 또는 조장하는“(홍성수) 표현이라고 정의됩니다. 여기서 동물은 차별을 겪고 있는 소수자일까요?
차별이라는 표현은 문제를 제기하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어떤 공통된 인식을 전제로 그 인식과 맞지 않는 현상의 부당성을 따지는 것입니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장애인차별이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은 인간이 존엄하다는 인식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여성과 특정 인종과 장애인이 존엄에 걸맞지 않은 처우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어떻습니까? 동물도 가치있는 존재자임을 인류가 합의본 적이 있나요? 인류에게 동물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자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차별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은 인간이 가치가 있듯 동물도 가치가 있다는 합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차별을 하니마니 하는 이야기가 생뚱맞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고대에 점령군이 점령당한 원주민을 함부로 대한다고 할 때, 점령군에게 저항을 하든 점령군에게 자비를 호소할 수는 있지만 차별을 하지 마라고 따지는 것은 이상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은 인간에게 소수자조차 못됩니다. 동물은 인간에게 혐오의 대상조차 못됩니다. 그래서 마리라는 표현은 혐오표현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케어 외에도 동물을 셀 때 명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名이 아닌 命(목숨 명)을 사용합니다. 케어는 名이 命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命이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세는 단위는 아니므로 어법에 맞지 않기는 名과 마찬가지입니다.
命의 사용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물판에서 목숨이니 생명이니 하는 표현이 너무 남발되어 동물운동의 가치나 전략에 대한 이성적 사유를 전개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고, 결과적으로 동물운동이 늪에서 허우적대는 현실의 한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이 이동권을 침해당할 때, ”장애인도 생명이다,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물이 구타를 당하거나 짧은 줄에 묶여 똥바닥에 있을 때는 ”동물도 생명인데...“라는 이야기를 흔히 합니다. 도대체 이 차이는 뭘까요? 비건인 사람들이, 또는 비건이 아닌 사람들이 동물 이야기만 나오면 왜 이렇게 생명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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