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정책위원회가 민간시설 문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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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정책위원회가 민간시설 문제 다뤄야 [왜냐면]
몇년 전, 큰불이 경북 울진에서 발생하여 식용 개 농장의 개들이 타 죽는 일이 있었다. 동물단체의 설득으로 개 농장주는 살아남은 약 100마리의 소유권을 포기하였는데, 지자체는 공간 부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인수를 거부하였다. 몸무게가 40㎏이 넘는 대형견 100마리를 데리고 갈 곳이 없어 동물단체는 서울에서 울진까지 그 먼 거리를 오가며 몇달간 개 농장에서 개들을 돌보았다. 그러면서 20마리를 입양 보냈지만 대부분은 가족을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개 농장주가 변심을 하여 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였다. 어렵게 살아남은 개들을 다시 개고기로 만들 수는 없어 동물단체는 무조건 개들을 데리고 왔다. 개들은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였는데 다행히 누가 농지를 내주어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민간 동물보호시설’이 탄생하였다.
전국 지자체가 파악한 20마리 이상 규모의 민간 동물보호시설은 178개이다. 미파악 시설과 소규모 시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연간 464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263개가 연간 10만마리를 구조하여 4만마리를 입양 보내거나 소유자에게 반환할 때, 민간시설은 별도 지원 없이 그에 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자체가 거의 유기동물을 다루는 반면, 민간시설은 개 농장 개와 피학대 동물을 다루거나 지자체에서 안락사를 목전에 둔 개를 데리고 온다.
이와 같이 민간시설은 절박한 동물을 다루기 때문에 그 입지와 건축에 있어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급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재 많은 민간시설이 농지법, 건축법, 개발제한구역법 등 다수의 행정 법령을 위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담당자를 두어 공적 가치가 큰 민간시설의 위법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나, 이는 일개 부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농식품부 내 다른 부서와 중앙정부의 여러 부처, 지자체, 국회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농지법에 의하면 농지에서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다만 식용 개 농장 등 가축 사육은 허용된다. 하지만 농가 소득에 도움이 안 되는 동물보호시설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동물보호시설을 하려면 농지를 전용해야 하는데 땅 주인이 그것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동물보호시설도 식용 개 농장처럼 전용 절차가 필요 없는 정당한 농지 이용 행위로 정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정하는 것은 국회 소관이다. 그리고 국회는 농식품부 내 농지 담당 부서의 의견을 중시한다.
국회나 농지 담당 부서의 인식 속에서 동물보호는 최후순위의 가치일 뿐이다. 지자체의 경우는 이에 더해 재량으로 동물보호를 했다가 감사받는 부담과 주민 민원 부담도 있다. 농식품부 민간시설 담당자가 다른 부서, 중앙정부의 여러 부처, 지자체,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가. 관료제의 속성상 그것은 선을 넘는 행위다. 여러 보직을 순환하는 공무원이 그 선을 넘을 정도로 신념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법은 민간시설 운영자와 농식품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여러 부처, 국회, 지자체가 모여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민간시설 운영자가 이 모임에서 열심히 설득하고, 이 설득이 먹힌다면, 참여자들끼리 해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설득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와 같이 하여 동물보호가 공무원 일반에게 중요한 가치로서 스며들지 않는다면 어차피 민간시설 문제, 나아가 동물보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모임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다행히, 현재 중앙정부의 여러 부처가 참여한 반려동물정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이 위원회를 보완하면 앞에서 말한 모임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위원회에 동물보호 의식이 확고한 민간시설 운영자가 참여하고 국회나 정당의 정책위원회에서 사람을 파견하며 장악력 강한 국정 최고책임자가 민간시설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많은 동물이 단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축산시설과 실험실, 동물원에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밭 지킴이로 방치된 개와 지자체 보호센터에서 방치된 채 죽어가는 동물도 많다. 이 부조리한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버려지거나 학대 받는 반려동물을 구해 온 민간시설들은 폐쇄와 철거 명령, 이행강제금 처분을 받고 있다.
민간시설이 유지되도록 하라는 것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부당하게 당하다가 구조된 소수 동물의 생명선을 끊지 말라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반려동물정책이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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