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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기어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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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이며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누군가 독화살을 맞은 듯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삶과 사회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아도 그것은 보편성이 없거나 ‘소꿉장난’일 따름입니다. 


사람 하나가 태어나 죽는 동안 축산시설에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다가 죽는 동물은 2천에 이릅니다. 이것이 실제 윤리의 출발이 되는 진실입니다. 사람 하나의 ‘먹는 취향’이 2천 동물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을 용인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삶, 이런 사회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됩니다. 


밝음과 어둠을 나누었던 계몽주의 시대가 아니라 삶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는 다원주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계몽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권의 존중은 실현되어야 할 밝음이고 인권의 무시는 없어져야 할 어둠입니다. 누군가 독화살을 맞은 듯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끝내는 일과 유지하는 일 또한 그러합니다.


소꿉장난이 아니라 삶과 사회라는 실재를 근본에서 바꾸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삶과 사회의 자기생산력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웬만한 이야기와 실천은 표면에 예쁜 장식을 하는데 그칩니다. 이 일은 한 사람의 영웅이나 한 단체의 헌신으로 되는 일도 아닙니다. 신념 있는 사람들이 여럿 생겨 하늘나라가 가까이 온 듯한 절박함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학대구조를 은폐하고 연장시키는 기회주의적 언어를 해체하고 많은 시민들의 가슴에 동물 삶의 진실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케어는 20년 넘게, 동물해방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봉우리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2023년 역시 그런 해 중 하나입니다. 2023년은 어느 해보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판매 종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동물 삶의 진실을 파헤치고 알려 온 케어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러나 법이 아직 제정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실행의 조건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면 ‘법만 제정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나이브한 생각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현실은 암담합니다. 동물의 삶이 그러하고 그것을 바꾸려는 인간들의 움직임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새벽은 갑작스럽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오르고 싶은 봉우리 또한 갑자기 나타납니다. 


느끼는 존재 전체를 고통에서 해방하고자 하는 운동가와 시민 여러분. 희망을 가집시다. 우리는 아직 너무 소수여서 해방의 경로를 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보편성을 향해 확장하는 이성의 힘이 있습니다. 공감과 정의감이라는 동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동물해방의 희망과, 활동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찰나같은 성과가 주는 행복감, 뜨거운 동지애를 느끼며 내년에도 올라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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