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안 - 제 미약한 사명을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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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도소 정문 옆에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습니다
그 오솔길에는 얼마전 우리들이 그토록 치열하게 철폐시켰던 ‘신촌도견장’과 무명의 도견장이 나란히 위치해 있습니다. 교도소 옆 50m입니다.
그 길을 끊임없이 걷고, 실태를 폭로하고, 감시하고, 민원을 넣어왔던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그렇게 도살장의 시계를 멈추었습니다.
수십년동안 지독히도 잔혹하게 개들을 죽여왔던 도살장
당당히 간판을 내걸고 도심속·학교옆에서 지속해왔던 도살행위들, 수년전부터 주민들의 민원과 동물단체들의 고발에도 건재했던 그 ‘도견장’이란 곳들을 우리들은 2주간의 치열한 투쟁 끝에 결국 철폐했습니다.
교도소옆 2곳의 도살장에는 80명의 개들이 도살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옆, 춘천 교도소에 갇혔습니다.
80명의 개들이 탈출하고 저는 감금되었습니다.
80명의 개들과 저의 삶이 뒤바뀌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도살자가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무명의 도살장의 그 보더콜리, 결국 가장 마지막에 탈출하던 그 뜬장속 보더콜리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80명의 개들과 저 1인이 아니라, 마지막 그 보더콜리 1명을 해방시키고 제가 갇혔다 하더라도 좋습니다. 개 1명보다 제 자신이 더 존귀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으며, 그 개 1명은 개 1명만이 아니라 케어시민단 700여명을 모이게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
아무리 타락한 세상이라도 결코 비관해선 안됩니다.
우리가 비관하고 실망하고 돌아선다면, 우리 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마저 알 수 없는 동물들은 암흑같은 절망과 고통속에서 한 치도 헤어날 수 없습니다.
비관은 잠시, 훌훌 털어버리고 무엇이라도 해야합니다. 동물들을 위한 일은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하는것이 낫습니다. 하는만큼 동물에겐 이익이고 나는만큼 그들의 세상은 달라집니다.
‘로켓’이 방사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녀석을, 땅속 깊이 갇혀있던 녀석을 다정히 불렀을때, 도와달라던 녀석의 가느다란 외침이 생각납니다. 그 외침이 너구리든, 개든, 고양이든, 돼지든, 닭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향한 도와달라는 그 절박한 외침이 아닐지요? 우리마저 희망만 주고 돌아가버렸다면 땅속 그 작은 녀석은 고통보다 더 큰 절망에 빠졌을 것입니다. ‘할 수 있을까’란 비관보다 타자의 절박함 앞에서, 이 사회의 부당함 앞에서, 인간사회의 불평등 앞에서, 해야한다 → 하면된다 → 하게한다라는정의감으로 여러분은 미미한 저 1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활동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저는 너무 많은 빚을 졌습니다.
이 소중한 마음들을 평생 새기겠습니다.
그리고 제 미약한 사명을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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