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간 비건이 도살장 누렁이들의 삶의 기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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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녁밥을 먹다가 마음이 스산해졌습니다.
저녁메뉴는 곰국과 코다리무침, 생양파, 김치가 나왔는데 제가 먹을 수 있는 반찬은 생양파였어요. 같은방 수감자들은 반찬이 별로인데다 날씨가 추워 모두 웅크리고 있다보니 각자 보관해놓은 사발면을 꺼내 뜨거운 물을 달라고 요구했어요.
요즘 저는 간장에 밥을 비벼먹고 있어요. 오늘 먹을 수 있는 반찬은 생양파. 여기서는 생 야채를 가끔주는데 오이와 당근 (그나마 오이는 방장등이 다 가져가서 당근만 있음 ㅋㅋ)생양파, 오이고추, 상추등이 가끔 번갈아가며 하나씩 나옵니다. 사람들은 사발면을 '국물있게 해먹는다. 비빔으로 변형시켜 해 먹는다‘ 왁자지껄 부산스러웠습니다.
일반라면의 면발에 '난각분말' (계란껍질)을 넣지 않는다면 저도 뜨거운 물에 면이라도 불려 간장넣어 먹을 수 있지만, 그것마저 넣으니 저는 오늘같이 비가오고 쌀쌀한 날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생양파를 가끔 좋아하기는 했지만 맴밥에 생양파만 먹다보니 오늘은 입안이 너무 얼얼하여 남겼어요. 그러면서 문들 생각이 났습니다. '어떤것도 해치고 싶지 않아 비건식을 먹고 파리·모기조차 죽이지도 않는 사람에게 세상은 [치상]이란 죄명을 씌우는구나!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습니다.
비건이나 동물은동은 취향이나 취미의 문제가 아니라 신념의 문제인데 이를 신뢰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군요. 살기만한다면 좋겠지만 저항하고 투쟁해야하니 어찌 우리의 삶이 고난스럽지 않겠습니까?
도살장의 개들에겐 깨끗한 맨밥은 커녕 동료들의 내장과 발바닥이 던져졌습니다. 저의 오늘 이 불평아닌 불평이 얼마나 사치인지요?
RUN에 있는 우리 울진돌, 그리고 울진돌의 180여명의 동료개들은 울진도살장에서 밥그릇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폐차된 가스차량의 가스통을 반으로 자른 시뻘겋게 녹이슨 가스통들이 밥그릇이었습니다.
그안에 이미 다 썩어버린 곰팡이슨 음식쓰레기와 절단된 누렁이들의 발들이 녀석들의 먹이였습니다.
울진산불로 화마가 덮치자 미처 절단되지 않았던 폐차량에서 빼내어 쌓아놓았던 밥그릇 대용의 가스통들이 도살장 한쪽에서 폭발했고 11명의 개들은 전부 불타 새까맣게 굳어 죽어 있었습니다.
울진돌과 울진새 울진해 3형제는 몸이 다 타 진물이 흐르는 얼굴들을 서로 핥아주며 고통에서 벗어나보려 했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며칠을 버티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몸이 타 부상당한 울진해등 10명을 포함 180명의 개들을 우리는 구출해냈습니다.
이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가는데에는 무려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케어는 해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기약없는 입양]속 삶은, 누렁이들의 여정은, 아직도 헤쳐나가야 할 과정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누렁이들의 보금자리를 지켜주세요. 가장 밑 바닥에서 살고자 서로를 핥아주던 우리 찯한 누렁이들의 모습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들에게 우리의 관심은 이 세상 '전부'입니다.
오늘 우리 울진돌이, 옐로우독의 누렁이들이,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감옥에 간 Vegan이 도살장 누렁이들의 삶을 기억하며]
춘천구치소에서 박소연 드림
오픈채팅방 <케어 시민단>에 오셔서 함께 힘 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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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명 : 하나은행
▪계좌 :350-910009-45704
▪예금주: 동물권단체 케어
(기부금 영수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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