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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개도살 금지의 서막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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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 폭파가 가장 어려웠던 춘천, 개들은 탈출되고 운동가는 구속되다.-

박소연 동물권운동가가 며칠 전 감옥에서 보내 온 편지입니다.
운동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개식용금지운동을 멈추지 말아달라는 당부입니다.

끝까지 꼭 읽어주시고 잊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의 힘이 꼭 필요한 때 입니다.

<춘천, 개도살 금지의 서막이 열리다.>
-도살장 폭파가 가장 어려웠던 춘천, 개들은 탈출되고 운동가는 구속되다.-

마치 ‘개도살 공화국’이라 명명해도 될 만큼 대한민국에서 춘천은 개도살이 합법인 양 공개되고 홍보되어 왔습니다. 개도살장을 <도견장>이라 부르며 <황구도견장>, <신촌도견장> 등 간판까지 내걸고 마치 합법적인 축산물처럼 도살하며 버젓이 유통되었습니다. 모란시장, 구포시장 등 대규모 재래시장의 도살장들이 연달아 폐쇄되기도 하고 다른 지역들은 도살장들이 사라지거나 최소한 숨어서 운영되는 변화 속에서도 춘천만큼은 “지자체에서 도살장을 허가해주었다”고 도살자들이 주장할 만큼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춘천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지자체의 동물권에 대한 무지와 철저한 무관심, 방임과 소극행정이 있었습니다.

타 단체들이 2년여 전부터 고발과 민원, 집회를 벌이기도 하고 도살장 옆의 초등학교 측과 학부모들도 수없이 폐쇄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공무원들은 제대로 된 조사도, 동물에 대한 구호조치도 전혀 없었고 도살장의 불법 사항에 대해 무관심과 무지로 대응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불법으로 설치된 <도견장>이라는 간판 하나 없애지 않았기에 어린이들은 매일같이 개를 죽이는 그곳을 보면서 등교해야 했습니다.

합법적으로 도살장을 운영하려면 춘천시로 가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에 케어와 와치독, 그리고 케어시민단은 춘천 지역에서 도살장을 뿌리 뽑기 위해 이제껏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고발에 착수했습니다.

기존에는 도살자가 도살 행위를 인정하거나 활동가들이 도살 증거를 확보하여 고발해야 했고 이에 따라 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로, 후자는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까지 포함하여 고발할 수 있었는데 더 이상 이러한 고발 방식은 어려웠습니다. 도살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육견협회’가 도살자들에게 도살 사실을 부인하도록 조언하였고, 또 도살 행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도살장을 계속 잠입하는 것은 케어 활동가의 법적 부담이 계속 증가하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도살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도살자들이 부인하는 도살 행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즉 개농장에서 살아있는 개들을 차에 태워 도살장으로 이동해 죽여서 데리고 나오는 전 과정을 추격하기로 한 것입니다. 똑같은 개들이 살아서 들어갔는데 죽어서 나왔다면 그 안에서 도살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추격은 새벽, 여주의 한 개농장 앞에서 잠복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누렁이 34명을 좁은 뜰망에 3~4명씩, 그야말로 구겨 실었습니다. 올무로 목을 조여 꺼내는 방식, 개들은 공포로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였습니다. 끌어내는 개들을 지켜보는 다른 개들만이 불안과 공포로 이따금씩 짖어댈 뿐이었습니다.

개들을 태운 탑차는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8월 중순 가장 더웠던 시기, 꽉꽉 들어찬 개들은 압사로 인한 고통 속에 자신들의 종착지를 알 수도 없이 탈진한 채 숨만 겨우 내쉬었을 것입니다. 도착 전에 죽었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1시간 반을 달리던 탑차는 춘천의 한 흑염소 도축장(전 황구도견장)으로 들어갔고 높은 철문은 굳게 닫혔습니다. 


5시간 이상이 흐른 후 도살을 끝마친 탑차가 나오기 시작했고, 활동가들은 재빨리 경찰과 춘천 시정에 신고하며 새로운 방식의 고발 행위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춘천 시청 담당 공무원들과 경찰들의 태도는 전국에서 가장 후진적이었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치 ‘또 개고기야? 뭘 어쩌라는 거야. 나오라고 난리치니 어쩔 수 없이 나왔다’라는 식으로 동물학대를 확인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도살장과 도살기구를 보려 하지도 않았고 탑차에 실린 사체들을 확인해 달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채 도살자와 대화만 나누며 할 일은 다했다는 태도였습니다. ‘도살자가 도살은 시인했지만 학대의 증거가 없다. 전기충격으로 도살했다는 것이 전부다’. 라며 그대로 현장을 떠나려 하였습니다. 춘천시는 ‘반려동물과’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으며 직영보호소와 카페 같은 입양센터까지 갖추는 등 관련자가 수십 명에 달하고 있으면서도 동물학대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는 전국 최하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항의하며 현장 대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수도 없이 항의하며 경찰이 도살장을 보도록 했고, 시청 담당 수의사에게 사체를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직무임에도 불구하고 시청 담당자들은 도살장 공간은 끝내 보지 않았고, 탑차의 사체도 찡그리며 보는 둥 마는 둥 돌아가 버렸습니다. 당당해진 도살자는 그대로 사체를 싣고 떠나려 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사람의 경우였다면 이랬을까요? 살인자의 변명만 듣고 살해당한 사체는 버려두고 어떤 방식으로 죽였는지 확인도 없이 경찰이 현장을 이탈했을까요? 경찰이 사체를 압수하도록 하기 위해 활동가들이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다음 날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모여 힘을 실어주었는지는 8월의 유튜브 ‘케어’ 라이브 영상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사체 압수와 제대로 된 과학 수사를 요구하며 활동가들은 경찰들의 갖은 조롱과 무시,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증거물인 사체를 지키며 도살자들과, 도살자들과 한편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던 경찰들을 상대로 대치하였습니다. 도살자들은 활동가들에게 욕설과 폭행, 심지어 성추행까지 했으나 바로 옆의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활동가들을 조롱하며 피해자들을 보호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루가 지나도 활동가들이 물러설 기미가 없자 경찰은 그제야 사체를 압수해 가겠다고 했습니다. 동물학대 증거가 없어 압수할 수 없다던 경찰의 주장과 달리 다음 날 사체를 압수하게 된 것은 이제라도 법에 맞게 진행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당당하게 압수 장소까지 동행하자던 경찰은 졸렬하게 활동가들의 차량을 007작전까지 불사하며 따돌렸습니다.
어찌 되었든 철옹성처럼, 춘천시청의 비호 아닌 비호를 받으며 건재하던 춘천시 일대 도살장들은 이날 이후로 하나 둘 폐쇄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보름 이상 춘천을 떠나지 않으며 길에서, 차에서 밤을 새며 도살장을 찾고, 잠복하고, 급습하며 폐쇄하기 위해 노력해온, 경찰과 공무원들의 멱살을 잡고 달리듯 고군분투한 케어와 와치독, 그리고 케어시민단의 많은 분들의 열정과 신념 덕분입니다.

우리는 약 20일 동안 춘천 시내에서 총 5곳의 개도살장을 폐쇄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케어 활동가들을 벼르고 있던 경찰과 공무원들은 약속한 듯 저를 고소하였고, 온갖 허위 사실로 매도하며 구속시켰습니다. 저를 구속시키면 활동가들이 춘천 현장에서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활동은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정부와 여당 주도로 ‘개식용 종식 특별법’이 추진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안심할 수 없고 나태해져서도 안 됩니다. ‘보상’이라는 걸림돌과 반대 투쟁 또한 거셀 것이기 때문입니다. 춘천시에서 투쟁해 연달아 폐쇄시켰던 것처럼 법이 시행될 때까지, 아니 그 후로도 끊임없이 불법적인 개도살 행위들을 고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100여 명의 개들을 탈출시키고 운동가 1명이 구속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고통받는 ‘농장 개’들을 위해 더 많은 활동가들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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