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버린 개는 이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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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버린 개는 이렇게 살아간다.” 3. 세나편
매일같이 개들이 들어왔다. 들어온 개들은 절단된 사체가 되어 그 다음날 실려 나갔다.
부산 기장군의 한 도살장. 와치독이 덮친 그 도살장 맞은편 야산의 언덕에는 짧은 털의 도베르만이 1미터 목줄에 묶여 떨고 있었습니다. 허름한 개집 하나 의지하고 묶여 있던 도베르만은 건너편 담장 안에서 매일 새벽, 퍼지는 살육의 냄새들을 맡고 끌려 들어간 개들의 짧은 외마디 비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케어가 도살장 계류장의 남은 개들을 모두 도살자로부터 포기받아 빼내고 막 돌아서려는 순간, 맞은편 야산의 도베르만과 투견들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확인해 본 결과 식용목적은 아니지만 번식용으로 투견들이 길러지고 있다는 것과 이들은 이장의 개들이라는 사실.
추위에 약한 도베르만은 떨면서 우리를 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짧은 줄에 묶여 조용히, 그리고 간절히 데려가 달라는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어쩌면 입양 보낼 수 있겠다...” 케어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기에 더 구하기 어려웠지만 누군가가 못 기른다며 묶어 놓고 갔다는 도베르만은 그곳에서 데리고 나오고 싶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 완강하게 방해하던 이장 부부를 설득해 도베르만을 포기받았습니다.
도베르만은 병원에서 검진이 끝난 후 부산의 ‘동물권자유 너와’ 단체 대표 집에서 하루를 지내고 다음 날 서울로 도살장 구조견들과 올라왔습니다. 병원과 집안에서의 도베르만 행동을 본 우리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교육을 받은 녀석. 절대로, 절대로 반려인이 버린 것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앉아, 일어서, 기다려, 누워...라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알고 따라 했고 줄에 묶여 걸을 때도 눈빛을 교환하며 보폭을 맞춰 사뿐히 걷습니다. 정말 많은 시간 반려인이 녀석과 함께 해야만 가능한 행동들... 침대에는 당연하다는 듯 사뿐히 올라가 편안하게, 제 잠자리처럼 누워 있고 사람이 화장실을 가면 그 앞에서 얌전히 기다릴 줄도 알았습니다.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당시, 얌전히 앉아 있던 도베르만이 갑자기 누군가를 보고 표정이 달라지며 달려갔다는 사실. 검은 롱 패딩을 입은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달려가 마치 ‘아빠예요?’ 하는 표정으로 사람을 확인한 도베르만. 그리고는 이내 풀 죽은 듯 돌아섰습니다.
분명 도베르만은 젊은 남성이 매일 같이 산책하고 발톱 관리를 해 주고 사랑하며 반려했던 녀석이 틀림없습니다. 그 남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버릴 사람이 절대 아니란 것쯤은 녀석의 상태와 행동을 보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려인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도베르만을 그곳까지 데려다주고 간 것은 아닌지.... 올 겨울 매서운 혹한 날씨를 견디며 도베르만은 그 반려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겠지요.
반려인이 아닌 우리가 와서 실망했겠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 반려인을 기다리겠지만 우리는 도베르만에게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반려인이 매일 같이 불러 주었을 이름. 그 이름을 모르지만 케어는 녀석에게 ‘세나’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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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아이들 구조에 함께 해주신 부산 단체 (사) ‘동물권자유너와’ 여러분 감사합니다.
도살장 개들 치료• 입양 보내기 프로젝트 110-532-427686 (서경) 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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