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중년 여성의 적 '골다공증', 어떻게 예방할까?(우유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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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에 십중팔구는 “우유를 마셔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미국인들 건강식단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미국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 우유 하루 3잔을 기본량으로 하고 임신부, 어린이, 25세 이하 청소년은 그보다 더 많이 마셔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 영양학회, 골대사학회, 폐경학회 등에서도 우유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의 주요 공급원으로 언급하고 있다.
필자가 2002년 미국 유학 시절 식당이나 마트에서 "Got milk?" 광고를 심심찮게 보았다. 데이비드 베컴, 안젤리나 졸리 같은 유명 스타들이 우유를 마신 후 코 밑에 우유자국이 남아 보이는 그 광고는 우유를 마시면 건강해질거라는 환상을 심어주어 우유 소비량을 늘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런데 2014년 스웨덴에서 나온 한 논문이 미국 폭스뉴스(Fox news)에 소개되면서 세상을 뒤흔들었다. 무려 6만명이 넘는 여성을 대상으로 20년간 추적 관찰한 이 논문에 의하면, 미국 농무부의 권유에 따라 우유를 매일 3잔 이상 마셨던 사람은 1잔 이하로 마셨던 여성에 비해 고관절 골절이 60% 더 많이 발생했고, 사망률이 약 2배 더 증가되었다고 한다 [1].
이 논문을 우연히 본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인 ‘우유는 완전하고, 뼈 건강에 필수적인 식품’이라는 고정관념에 변화가 생겨 의과대학에서 배우지 못한 영양학 공부를 시작한 동기가 되었다. 논문들을 검색해보니 우유가 뼈 건강에 별 도움 안된다는 보고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2003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7만명이 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18년간 우유 섭취량과 고관절 골절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우유를 많이 마신다고 골다공증이나 고관절 골절이 예방되는게 아니라고 하였다 [2]. 또한 우유를 적게 마시는 나라보다 우유를 많이 마시는 나라일수록 골절이 더 많이 발생했다 [3]. 아래 그래프에 북유럽 낙농국(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의 높은 골절 빈도를 확인할 수 있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왜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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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런 내용의 강의를 하면 꼭 이런 질문이 들어온다. “혹시 어린이는 어른과 다르니 우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우유를 많이 마신다고 뼈가 튼튼해져서 소아 골절이 예방되는게 아니다 [4]. 청소년기에 우유를 많이 마신다고 성인이 되어 고관절 골절이 예방되지도 않는다 [5]. 또한 최근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우유나 유제품을 많이 먹는다고 골다공증이 예방되지도 않고, 고관절 골절의 빈도가 줄어들지도 않고, 오히려 하루 한 컵의 우유(200g)를 추가로 더 마실 때마다 고관절 골절의 위험성이 9% 더 증가한다고 했다 [6].
그럼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인 우유를 마시면 뼈가 튼튼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약해지는 이유는 뭘까? 인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산-염기 균형(Acid-base balance)을 반드시 맞추어야 한다. 산-염기 균형에 문제가 생기면 인체에 여러가지 이상 소견이 나타나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건강한 우리 몸은 약알칼리성(pH 7.35-7.45)인데 산성식품(단백질이 많은 식품)인 고기, 생선, 우유, 계란 등을 먹으면 혈액이 산성으로 기울어지려고 한다 [7,8]. 우유는 모유보다 4배나 더 많은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9].
혈액이 산성 쪽으로 기울려고 하면 우리 몸은 정상 상태인 약알칼리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몸에서 가장 풍부한 알칼리 성분인 칼슘을 뼈 속에서 빼내어 혈액 속 산성 물질들을 중화시킨 후 소변으로 칼슘이 미세하게 빠져나가는데 이 과정이 장기간 반복되면 뼈가 서서히 약해지게 된다 [10,11]. 즉 요즘 골다공증 환자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칼슘 섭취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산성식품 영향으로 칼슘 배출이 많아져 뼈가 약해지는 것이다 [12]. 하지만 알칼리성식품인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면 뼈가 오히려 튼튼해진다 [13,14].
나이가 들면서 골다공증이 더 잘 생기는 것은 중년 이후 노화 현상으로 감소된 신장 기능 때문이다. 산성식품으로 인해 증가된 수소이온(hydrogen ions)을 신장에서 원활히 배출 못하면, 인체 내 초과된 수소이온이 뼈 생성 작용을 하는 조골세포(osteoblast) 활동은 억제하고, 뼈 흡수 작용을 하는 파골세포(osteoclast) 활동은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뼈를 약하게 한다 [15].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산성식품보다는 알칼리성식품을 먹어야 뼈가 튼튼해진다 [16]. 최근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근감소증(sarcopenia)도 장기간 산성식품 섭취로 인한 대사성산증(metabolic acidosis)이 한 원인이니,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서도 알칼리성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 [17,18,19,20].
의과대학 시절 우유를 못 마시는 병이 있다고 배웠다. 이름하여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 Lactose intolerance). 우유만 마시면 뱃속이 부글부글 끓는 증상이 생기는 병이다.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lactose)을 분해, 소화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증상이다. 우유를 잘 마셨던 필자는 “세상에 그 맛있는 우유를 못 먹는 사람이 있다니 참 안됐네..”라고 생각했었다. 유당은 인간의 모유 및 대부분의 포유류 젖에 포함된 탄수화물 공급원이다.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lactase)는 소장의 미세융모에 있는데 유당이 들어오면 이걸 단당류인 포도당과 갈락토스(galactose)로 분해해서 흡수한다. 유당분해효소가 부족하면 소장에서 유당이 분해되지 않아 흡수가 어려워지고, 대장으로 흘러간 소화되지 않은 유당은 장내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가스가 발생하여 복부팽만, 설사, 복통 등 증상이 동반된다 [21]. 필자는 우유 소화를 잘 시켰기에 중년이 되도록 우유를 좋아했고 가족 그리고 환자들에게도 적극 권했다. 특히 뼈를 전공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영양학 공부를 하면서 우유에 대한 환상이 하나씩 깨지기 시작했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모유에 들어있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는 신기하게도 생후 약 2년이 지나면 더 이상 우리 몸에서 분비가 되지 않는다 [22]. 즉 더 이상 모유를 먹을 필요가 없고 일반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성인이 되어 우유를 소화시킬 수 없는게 정상인이고, 우유를 잘 소화시키는 쪽이 비정상 즉, 돌연변이 유전자다. 옛날부터 유제품을 먹어왔던 서양인의 경우 성인이 되어도 유당분해효소가 분비되는 사람들이 많아 인구의 약 10-15% 만이 유당불내증이나 [23], 과거 우유를 먹지 않았던 한국인의 경우 4명 중 3명(76%)이 유당불내증이다 [24].
생각해 보자. 한국인 4명 중 3명인 우유를 소화 못 시키는 사람이 정상인지, 아니면 4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우유 소화를 잘 시키는 사람이 정상인지? 알고보니 1/4에 속하는 내가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유당불내증이지만 우유를 마시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위에 기술한 내용과 같이 다 큰 성인이 우유를 마시는 건 자연법칙에도 어긋나는 것이고 건강에도 도움이 안되니 억지로 마실 이유가 없다.
외래 환자나 수술 받은 환자들에게 우유를 마시지 말라고 하면 “그럼, 칼슘은 어디서 얻나요?”라고 걱정한다. 칼슘은 어디서 나올까? 칼슘을 포함한 모든 미네랄의 근원지는 흙이다. 동물이 흙을 먹지 않는데 어떻게 코끼리, 기린, 말, 소와 같은 큰 동물의 뼈가 생길까? 식물의 뿌리가 흙으로부터 칼슘을 흡수하고 줄기, 잎, 열매에 보관한다. 그 식물을 먹고 동물들이 자라면서 뼈를 생성하고 유지한다. 소는 풀만 먹는 대표적인 동물인데 아시다시피 소의 뼈는 매우 크고 강하다. 따라서 채식으로 혹시 뼈가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칼슘은 우리 몸에서 가장 풍부한 미네랄이고 정상 성인의 몸속엔 칼슘이 약 1kg 들어 있다. 그중 99%는 뼈와 치아 속에 보관이 되고 1% 만 혈액이나 세포 속에서 다양한 작용을 한다 [25]. 칼슘의 발란스는 뼈와 위장관 그리고 신장이 조절한다. 칼슘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면 위장관에서 칼슘 흡수를 증가시키고 신장에서 칼슘 배출을 억제하며, 칼슘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위장관에서 칼슘 흡수를 줄이고 신장에서 칼슘 배출을 증가시키면서 우리 몸에서 자동적으로 일정한 칼슘농도를 유지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경우 칼슘 부족을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 즉 식품업계의 광고처럼 우유를 먹어 칼슘을 더 섭취한다고 뼈가 더 튼튼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26,27].
산성식품을 먹지 않고 알칼리성식품을 주로 먹으면 뼈가 녹지 않고 잘 보존된다. 알칼리성식품이 바로 현미밥, 채소, 과일 등 식물성식품이다. 칼슘은 우유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고 녹색잎채소(케일, 시금치, 깻잎, 고춧잎, 취나물, 무청, 브로콜리), 콩, 두부, 참깨, 아몬드 등 여러 음식에 다양하게 들어있다. 특히 식물성식품 자체가 알칼리성이라 신장의 pH 수치를 높여 칼슘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재흡수를 촉진시켜 칼슘이 잘 보존되기에 궁극적으로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28].
각종 매체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접한 후 중년 이후에 우유를 의무적으로 마시는 분들도 있는데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우유에 들어있는 각종 호르몬들은 남성에서 전립선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29,30] 여성에게는 유방암의 빈도를 현저히 증가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31,32].
필자의 경우 매일 마시던 우유를 안 마시면 혹시 건강에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현재 우유 끊은지 7년째, 아무 이상없이 전보다 더 건강히 잘 살고 있다.
결론, 우유는 송아지를 위한 것이지 사람을 위한 식품이 아니고, 뼈를 튼튼하게 만들지도 않고, 각종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우유를 멀리 하는 것이 골다공증 예방의 첫걸음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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