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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과 건강

송무호

부산동의의료원 의사 | 채식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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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채식하면 단백질은 어디에서 얻나요?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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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고기는 안 주나요?”

 

나: “채식하면 수술 후 회복에 더 유리합니다.”

 

환자: “그럼 단백질은 어디에서 얻나요?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날텐데..”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수술받은 환자들에게 채식을 제공한다. 살아오면서 채식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이 처음으로 채식 밥상을 받았을 때 이구동성으로 하는 질문이다.

 

한국인의 단백질 강박증은 유독 심각하다. 암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건 주위에서 흔히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질 부족증을 걱정한다는 것은 광우병 사태 같은 과잉반응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단백질 부족증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일반적인 식사로도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부족증(Kwashiorkor disease)은 기아가 일상인 아프리카의 극빈국이나 내전으로 하루 한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지, 식량 부족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볼 수가 없다. 혹시 독자분들 중에 단백질 부족증 환자를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의사생활 30년간 단백질 부족 환자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으며, 병원에서 넘쳐나는 환자들은 오히려 단백질 과잉 섭취가 문제였다.

 

단백질이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되면서 각종 매체에서 단백질 관련 상품의 과대광고가 소비자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사람들이 고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으면 그 살점이 단백질이 되어 인간의 근육으로 변해 힘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육식과 관련된 가장 깊은 오해이다.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고 우리 몸의 근육이 커지진 않는다.

 

멋진 근육은 단백질로 인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근력운동을 통해서 생긴다.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근육이 많이 생기면 누구나 아놀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처럼 육체미를 뽐낼 수 있을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아무리 고기를 많이 먹어도 근력운동을 하지 않으면 뱃살만 더 찔 뿐이다.

 

단백질이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지만 흔히들 걱정하는 단백질 부족 현상은 고기를 하나도 먹지 않는 비건(완전채식)인 경우에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면 채식에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질의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1,2]. 사실 모든 단백질은 식물에서 유래한다. 식물의 잎에서 광합성으로 탄수화물을 만들고(탄소동화작용), 이 탄수화물과 식물의 뿌리에서 흡수한 질소화합물을 결합시켜 아미노산을 만들고, 이것을 재료로 단백질을 합성하여 씨, 열매, 줄기, 뿌리 등에 보관한다(질소동화작용) [3].

 

식물이 단백질을 만들고, 동물은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먹어서 단백질을 얻는다. 우리가 단백질의 보고라고 여겨온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은 단백질의 매개체에 불과하다. 즉 우리는 굳이 동물을 먹지 않고서도 식물을 통해 바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상하지 않는가? 단백질은 애초에 광합성을 하는 식물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데, 채식을 하면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는게..

 

그래도 단백질 부족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 참고로 예를 들면, 인간의 생애 중 가장 빨리 자라(출생시 약 3kg에서 첫돌 때 약 9kg으로 체중 3배 증가) 우리 몸을 만드는 빌딩블록(building block)인 단백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인 출생 후 1년간의 기간 동안 먹는 완전식품인 모유의 단백질 함량은 칼로리 비율로 약 7% 불과하다 [4,5].

 

따라서 이미 다 큰 성인이 7% 이상의 단백질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먹는 주식인 쌀에도 모유보다 많은 8% 의 단백질이 들어있고, 각종 식물성 식품에도 그 정도의 단백질은 포함되어 있고(고구마 8%, 당근 9%, 감자 10%, 토마토 12%, 옥수수 14%, 오이 15%, 배추 15%, 무우 16%, 브로콜리 28%, 버섯 30%, 케일 33%, 콩 40%) 심지어는 과일에도 평균 약 4-5%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6]. 즉,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경우에 고기를 한 점 먹지 않아도 단백질 부족은 절대로 생길 수가 없다. 따라서 단백질 논란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고, 채식을 하면 힘이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다. 우리 몸에서 힘, 즉 에너지를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은 탄수화물이지 단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기에는 탄수화물이 없어 에너지 공급과는 무관하고, 고기에 든 지방이 에너지를 공급하나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쳐야 하며, 몸에 비축된 탄수화물이 고갈된 이후에만 연료로 전환이 된다. 고기의 주성분인 단백질의 역할은 에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성분(근육, 뼈, 인대, 피부 등)과 체내에 필수적인 물질(적혈구, 백혈구, 효소, 호르몬 등)을 만들어내는 재료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고기를 먹는 것과 힘을 쓰는 체력과는 별 관계가 없다.

 

운동을 하면 에너지 요구량이 증가해서 근육세포에 더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보내야 하는데 이때 산소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적혈구, 즉 혈액이다. 운동 중에는 근육세포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식사로 기름기, 즉 포화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고기를 먹으면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서 원활한 혈액순환이 힘들어지고, 적혈구의 산소 운반력도 저하되고, 혈압이 올라가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증가되어, 결과적으로 운동 능력이 저하된다 [7].

 

채식을 하면 혈관이 깨끗해지고,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혈류량이 늘어서, 해당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많이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항산화물질 및 항염증물질들이 많이 들어있어 운동 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되고 면역력도 좋아진다. 결국 육식인보다 채식인의 운동 능력이 더 향상되고 장기적으로 건강에 훨씬 좋다 [8,9,10,11,12,13}. 이 부분은 필자도 겪어봐서 안다. 육식을 할 땐 1km를 숨이 가빠서 제대로 뛰기 힘들었는데, 채식을 하는 지금은 5-6km를 난스톱으로 쉽게 뛸 수 있다.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시는 분들은 어려운 영양학이나 의학논문을 공부할 필요도 없이 자연을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덩치가 큰 동물들은 육식동물이 아니라 초식동물이다. 초원의 풀을 먹고사는 코끼리, 코뿔소, 고릴라, 황소, 말 등을 보라. 이들의 먹이가 고기가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 않는가? 아! 그건 동물의 이야기지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람도 자연계의 일부로서 이런 원칙에는 차이가 없다.

 

윔블던 9회 우승의 테니스 여왕 나브라틸로바, 올림픽 육상 9관왕 칼루이스, 복싱계의 전설 무하마드알리, 야구 홈런왕 행크아론, 철인 3종 경기 6관왕 데이브스캇, 무려 2000km를 달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울트라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콧주렉 등이 채식주의자들이다. 그리고 최근까지 활약한 아래 사진의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데이비드 헤이(David Haye), 여자 테니스 챔피언 비너스 윌리암스(Venus Williams)도 잘 알려진 비건 운동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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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Ha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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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us Williams 

 

혹시, 이 분들이 단백질이 부족해 보이는가? 아니면 힘이 없어 보이는가?

 

그래도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로 전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다큐영화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를 꼭 한번 보시길 권한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채식주의자 페트릭 바부미안은 “고기도 안 먹고 어쩌면 그렇게 황소처럼 힘이 쎄냐?” 는 질문에 “황소가 고기 먹는 것 봤어요?”라고 대답한다.

 

이러한 단백질에 대한 진실은 일반인들이 굳게 믿어오던 단백질 상식과는 거리가 있어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살아오면서 세뇌된 고정관념을 바꾸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남겼는가 보다.

 

"The Measure of Intelligence is The Ability to Change.(지능의 척도는 변화하는 능력이다)"

 

 

 

참고문헌

 

1. J McDougall. Plant Foods Have a Complete Amino Acid Composition. Circulation 2002;105(25):e197.

2. NS Rizzo, K Jaceldo-Siegl, J Sabate, GE Fraser. Nutrient profiles of vegetarian and nonvegetarian dietary patterns. J Acad Nutr Diet 2013;113(12):1610-1619.

3. DW Lawlor. Carbon and nitrogen assimilation in relation to yield: mechanisms are the key to understanding production systems. Journal of experimental Botany 2002:53(370):773-787.

4. P Prentice, KK Ong, MH Schoemaker, et al. Breast milk nutrient content and infancy growth. Acta Pædiatrica 2016;105:641-7.

5. Speth J.D. (2010) Protein and Breast Milk. In: The Paleoanthropology and Archaeology of Big-Game Hunting. Interdisciplinary Contributions to Archaeology. Springer, New York, NY. https://doi.org/10.1007/978-1-4419-6733-6_9.

6.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https://fdc.nal.usda.gov/index.html.

7. ND Barnard, DM Goldman, JF Loomis, et al. Plant-based diets for cardiovascular safety and performance in endurance sports. Nutrients 2019:11(1),130; https://doi.org/10.3390/nu11010130.

8. NL Meyer, A Reguant-Closa, T Nemecek. Sustainable diets for athletes. Current Nutrition Reports 2020:9;147-162.

9. JC Craddock, EP Neale, GE Peoples, YC Probst. Plant‐based eating patterns and endurance performance: A focus on inflammation, oxidative stress and immune responses. Nutrition Bulletin 2020:45(2);123-132.

10. J Nebl, S Haufe, J Eigendorf, et al. Exercise capacity of vegan, lacto-ovo-vegetarian and omnivorous recreational runners.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Sports Nutrition 2019:16(1), DOI: 10.1186/s12970-019-0289-4.

11. HM Lynch, CM Wharton, CS Johnston. Cardiorespiratory fitness and peak torque differences between vegetarian and omnivore endurance athletes: A cross-sectional study. Nutrients 2016:8(11);726. https://doi.org/10.3390/nu8110726.

12. A Baguet, I Everaert, HD Naeyer, et al. Effects of sprint training combined with vegetarian or mixed diet on muscle carnosine content and buffering capacity.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11: 111;2571–2580.

13. D Trapp, W Knez, W Sinclair. Could a vegetarian diet reduce exercise-induced oxidative stress? A review of the literature. Journal of sports sciences 2010:28(12);1261-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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