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근육 영양제 류신, 과연 효과 있을까? (단백질 보충제가 건강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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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아미노산이란게 있다.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인 20가지 종류의 아미노산 중 우리 몸 내부에서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여 반드시 외부, 즉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하는 9가지 아미노산을 말한다.
이 필수 아미노산 중 근육 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이 3가지 있는데 류신(leucine), 이소류신(isoleucine), 발린(valine)이며 이 3가지를 통틀어 BCAA(분지사슬아미노산, Branched Chain Amino Acids)라 칭한다 [1]. 이중 류신은 세포내에서 발달과 성장의 신호 단백질인 mTOR(mammalian target of rapamycin)를 활성화하여 근육 단백질을 합성하는 동화작용(Anabolism, 작은 단위의 분자를 더 큰 단위의 분자로 합성하여 세포나 조직이 비대해지는 것)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2].
따라서 근육 소실을 걱정하는 분들에겐 귀가 솔깃해질 이야기라, 류신이 요즘 건강기능식품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류신이 근육 단백질 합성을 시작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류신이 많다고 근육 단백질이 더 많이 합성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류신만으로는 근육 단백질을 만들 수가 없고, 9가지 필수 아미노산 모두 다 있어야 근육 단백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
류신 열풍이 불기 전엔 BCAA가 많이 들어있는 유청(乳淸) 단백질(Whey Protein, 우유로 치즈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 열풍이 있었다. 운동 전후에 먹는 BCAA가 근 소실을 막아주고 근 합성을 증가시킨다며 헬쓰하는 사람들은 꼭 먹어야 할 건강식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BCAA 연구논문들을 메타 분석한 보고에 의하면 BCAA를 섭취하면 운동 후 느끼는 주관적인 근육통의 경감은 다소 있으나, 근육량이 늘거나, 근력이 향상되거나, 운동 능력이 향상되지는 않았으며 [4], 운동 후 근력 회복이 빨라지지도 않는다고 하였다 [5].
즉 BCAA가 근육 단백질 합성을 도와주는 아미노산임은 분명하나, 류신 단독이나 BCAA를 따로 먹기보다는 필수 아미노산 전체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운동 후 근육 합성에 더 효과적이다 [6]. 따라서 근감소증을 걱정하시는 분이나 근육을 더 키우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특정 영양성분에 집착하지 말고 질 좋은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질 좋은 단백질이란 어떤 것일까?
흔히들 동물성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이 다 들어있는 완전 단백질이고, 식물성 단백질은 일부가 부족하여 불완전 단백질이라 한다. 예로서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격인 콩의 경우 메티오닌(methionine)이 적게 들어있다. 반면 한국인의 주식인 쌀에는 메티오닌이 풍부하나 라이신(lysine)이 적다. 그런데 라이신은 콩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따라서 한가지 음식만 먹는 특이한 사람이 아닌 이상,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에겐 식물성 단백질만 먹어도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한 경우는 절대 생기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완전 단백질을 섭취한다고 고기, 생선, 계란, 우유를 많이 먹게 되면 동물성 단백질 외 콜레스테롤 및 포화지방도 많이 섭취하게 되어 건강을 해치게 된다 [7].
채식을 하면 단백질이 부족해질 거라는 인식을 대다수가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채식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가지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그래도 혹시 채식하면 단백질이 부족해지지 않을까를 연구한 논문이 있다. 채식인과 비채식인의 영양상태에 대한 대규모(비채식인 약 3만명, 채식인 약 2만명, 비건 약 5천명) 연구에서 체중 60kg 성인 단백질 하루 필요량을 약 48 gram(RDA 0.8g/kg/day)으로 볼 때 비건(완전채식)인 경우에도 하루 필요량의 50% 이상을 초과 섭취하는 것으로 나왔다 [8].
고기에만 단백질이 있는게 아니고 우리가 흔히 먹는 곡식이나 콩, 채소에도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즉 굶지 않고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한 단백질 부족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육식은 포화지방 및 콜레스테롤의 과다 섭취, 항산화성분 및 식이섬유 부족으로 인하여 비만, 당뇨, 심장병, 암이 증가하고 채식은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성분 및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비만, 당뇨, 심장병, 암이 줄어든다.
단백질 보충제가 과거에는 운동선수나 헬쓰하시는 분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는 운동과 관계없는 일반인들도 많이 먹고 있다. 왜 단백질에 집착할까? 과장된 단백질 보충제 광고의 영향으로, 먹은 단백질이 바로 근육으로 가서 멋진 근육을 만들어 줄거라는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아니다. 섭취된 단백질은 모두 위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소장에서 흡수된 후, 간에서 다양한 신체 조직에 맞는 각종 성분들로 재조립되어 필요한 부위에 공급하기에, 먹은 단백질이 전부 근육으로 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콜라겐을 먹는다고 피부가 좋아지지 않고, 도가니탕을 먹는다고 무릎관절이 좋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수록 우리 몸에 좋을까?
초과 섭취된 단백질은 근육을 더 만들어 주지도 않고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탄수화물이나 지방과는 달리 단백질은 저장이 안되기에 하루 필요량 이상의 단백질을 먹게 되면 단백질 분해 작업량이 늘어나서 간이 무리를 하게 된다. 또한 분해된 단백질에서 나온 암모니아, 황산, 요산, 요소 등 독성 물질로 인해 혈액이 산성화되고, 혈액의 산성화는 뼈로부터의 칼슘 배출량이 늘어 골다공증 및 신장결석의 위험이 증가하고, 신장에서는 독성 물질들을 배설하느라 무리해서 서서히 신장병을 앓게 된다 [9].
과다 섭취된 단백질은 우리 몸에 독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운동 정도에 맞는 적당한 단백질 섭취가 현명하다. 근육 증가를 위해 유청 단백질이나 단백질 보충제를 장기간 섭취시 신장과 간이 상하게 된다 [10]. 단백질 보충제에는 단백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맛있고 좋게 보이기 위해 인공화합물(감미료, 착색제, 착향제, 보존제, 방부제 등)을 넣게 된다. 이런 인공화합물은 우리 몸에서 독으로 인식되고 간에서 추가로 분해작업을 하기에 간을 혹사하게 되고, 또한 단백질 보충제의 주성분인 동물성 단백질의 과도한 섭취로 간기능이 손상된다 [11]. 즉 단백질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그러면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 양은 얼마나 될까?
WHO에서 권장하는 정상 성인의 단백질 하루 권장량(RDA, recommended daily allowance)은 체중 1kg당 0.83g이며 [12], 미국 국립과학원의 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RDA)은 건강한 성인 체중 1kg당 0.8g이고 [13], 한국의 경우 하루 단백질 평균필요량(Estimated Average Requirements)은 체중 1kg당 0.73g이다 [14].
물론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량은 나이, 성별, 체격, 임신이나 수유, 운동선수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다르다. 특히 운동선수에게는 더 많은 단백질이 권장된다. 고강도 바디빌더에게는 일반인을 위한 RDA인 0.8g/kg/day보다 훨씬 더 증가된 1.2-2.0g/kg/day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15]. 그러나 일반인이 취미로 하는 정도의 운동에 그리 많은 단백질은 필요하지 않다.
더 많은 단백질 섭취한다고 근육이 더 생기는지를 연구한 최신 논문에 의하면 50명의 건강한 성인(나이 40-64세)들을 하루 1.0g/kg 먹는 군과 하루 1.6g/kg를 먹는 두 군으로 나누어 10주간 주 3회 근력운동을 시킨 결과, 근육량과 근력이 두 군에서 모두 증가되었으나, 두 군간 차이는 없었다고 한다. 즉 단백질을 더 많이 먹었다고 근육이 더 생기거나 근력이 더 향상되지는 않는다 [16].
만약 식사로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 못한다면(e.g. 단식) 근육의 단백질이 연료로 사용되어 근육량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이미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는 분에게 추가적인 단백질 섭취는 큰 의미가 없다. 고단백 식품을 추가로 먹는다고 근육이 더 생기지 않는 이유는, 이미 충분히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은 근감소증 예방 목적으로 단백질을 더 먹어야 한다고 흔히들 권유하지만 하루 권장량인 0.8g/kg으로도 고령자들의 근육을 유지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 [17]. 한국의 경우 대한노인병학회와 한국영양학회에서 노인의 기존 권장섭취량보다 30% 높은 수준인 1.2g/kg/day의 단백질 섭취를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18], 최근 개정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는 노인의 단백질 필요량을 높일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성인과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19].
칼로리 소비가 많은 운동선수나 근육을 만들어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루에 2-3시간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하는 바디빌더들에게는 여러가지 단백질 보충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식사를 충분히 잘 챙겨 먹는 운동 좋아하는 일반인의 경우 단백질 보충제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 운동 전후에 먹으면 근손실을 방지한다는 제약회사들의 마케팅은 허위광고 또는 과대광고라 보는게 정확하다.
류신은 새로운 성분도 아니고, 특별한 성분도 아니다. 왜냐면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음식인 곡류, 콩, 채소에도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20]. 9개의 필수 아미노산 중 특별히 1가지를 더 챙겨 먹는다고 근육이 더 많이 생기리라 기대하는 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류신 또는 BCAA가 활성화시키는 mTOR 은 아나볼릭을 총괄하는 대표적인 신호 단백질이라 대부분 근합성에 관한 연구들은 운동 직후 근섬유에 얼마나 많은 mTOR 가 생성되었는지를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mTOR의 활성화는 단백질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21].
사람의 몸은 움직이기 위해 설계되었다. 운동은 근육을 강화하고 근력을 향상시킨다. 근육뿐만 아니라 심장과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함으로써 신체 각 조직에 산소와 영양소의 공급을 원활히 하여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성과 면역력을 키워준다. 또한 소화기관, 내분비기관, 피부기관, 신경기관, 생식기관, 호흡기관, 골격기관을 튼튼하게 만들 뿐 아니라 기분을 좋게하고 우울증, 불면증도 개선한다. 즉 운동이 바로 보약이다 [22].
건강식품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요즘, 하루를 멀다하고 새로운 제품들이 홈쇼핑이나 유튜브 광고에 나와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유청단백질, 초유단백질, 산양유 등등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제품들이 팔리고 있지만 효능은 별로다. 별로 유효하지 않은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매우 높다. 막대한 광고 비용에 대한 보상과 비싼게 몸에 좋을거라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근감소증은 약이 필요한 병이 아니라 자연적인 노화현상이다. 운동없이 가만히 앉아서 약을 먹고 근육이 튼튼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망상(妄想)이다. 운동하면 노인도 청춘이 되고, 운동 안하면 청춘도 노인이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No pain, no gain."
근 감소증을 걱정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단백질이 아니라 운동이다.
운동이 답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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