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왕의 병, 통풍 (치맥이 범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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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의미를 가진 통풍(痛風, Gout)은 너무나도 극심한 통증을 견딜 수가 없어 한 밤중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오곤 한다. 통풍은 왕의 병, 또는 부자의 병이라고 불린다. 이유는 과거에 왕이나 귀족처럼 잘 먹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했기 때문인데, 요즘은 매우 흔한 질환이 되었다.
통풍의 세계적인 유병률은 1-4% 정도로 동양보다 서양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여성에게 많은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통풍 환자의 90%는 남성이다. 50-60대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 젊은 남성층에서 발병이 급증하고 있다 [1]. 그 이유로는 젊은 세대의 서구화된 육식 위주 식습관과 요즘 유행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나 치맥 열풍과도 관련이 있다.
단백질은 꼭 필요한 성분이지만, 하루 필요량을 초과해서 섭취한 단백질은 몸에 저장이 안 되기에 간에서 분해한 후 그 찌꺼기를 신장을 통해 배출한다. 단백질을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암모니아는 독성이 매우 강하므로, 간에서는 암모니아를 독성이 낮은 요산(uric acid)이나 요소(urea)의 형태로 바꾼다. 요산 생성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결정체(uric acid crystal)가 생성된다. 이것이 관절이나 주위 조직에 쌓이면 염증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야기하는데 그 병이 바로 통풍이다 [2].
필자는 정형외과 의사라 통풍 환자도 많이 보았지만, 본인도 한때 당뇨 치료를 위해 당지수가 낮은 음식(e.g. 고기, 생선, 우유, 계란)을 주로 먹는 식사를 하다 통풍에 걸려 본 적이 있어 그 불편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물론 그 일로 영양학 공부를 심도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채식으로 전환하면서 당뇨와 통풍이 다 완치되었다.
통풍의 발생 위치는 제목란의 사진처럼 엄지발가락이 가장 흔하고 그 외 발목, 무릎, 팔꿈치, 손가락에도 생긴다. 적절한 치료가 안되어 만성 통풍으로 가는 경우, 요산들이 뭉쳐 결정체를 형성하고 차차 큰 덩어리가 되어 통풍결절(tophi)이 되면서 관절에 변형이 생긴다. 보존치료에 실패한 경우에 수술로 관절이나 연부조직에 침착된 하얀 분필가루 형태인 요산결정체를 긁어내기도 한다.
(사진 1. 손가락에 생긴 중년 남성의 통풍결절)
(사진 2. 무릎관절에 생긴 통풍 내시경 소견, 흰색의 요산 결정체가 연골에 박혀있는 것이 보인다)
(사진 3. 손목 관절에 발생한 통풍결절 제거 수술 장면, 하얀 분필가루 형태인 요산결정체가 잘 보인다)
우리 몸에 요산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요산의 전구물질인 퓨린(purine)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인 고단백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다. 퓨린이란 세포 안에 들어있는 유전 물질인 DNA와 RNA의 구성 성분으로 다양한 식품에 들어있으나 특히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해산물 등 동물성 단백질에 퓨린 함량이 높아 요산 수치를 많이 올려 통풍을 잘 유발한다 [3,4].
술은 통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섭취한 알코올의 대부분은 상부 소장에서 흡수되고 혈관을 통해 간으로 이동된 후 분해된다.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수분이 많이 소모되며, 또한 알코올은 뇌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ADH, anti-diuretic hormone) 분비를 억제해 이뇨작용을 하기에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되면서 한시적인 탈수 상태가 된다. 신체에 수분 량이 적어지면 이미 요산 농도가 높은 사람들은 요산의 결정화가 쉽게 되면서 통풍 증상이 야기된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에 통풍이 잘 발생한다. 술의 종류에 따라 위험도는 다르다. 맥주는 통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Malt)에 퓨린이 많이 함유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증류주가 관계가 있고 와인은 크게 관계가 없다고 한다 [5]. 하지만 맥주뿐만 아니라 증류주나 와인도 기본량 이상을 마시면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니 과음하지 않도록 권유한다 [6,7].
요즘 유행하는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열풍은 통풍 발작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지방, 고단백 식품인 닭튀김에 퓨린이 많이 함유된 맥주를 함께 마시니 통풍 환자에겐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따라서 치맥의 유행으로 여름날 통풍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있는 채소, 통곡물, 견과류, 콩류 등은 통풍 발생에 연관성이 없고 오히려 통풍 발생을 예방한다 [8,9,10]. 그 이유는 식물에 많이 들어있는 섬유질이 장내 요산과 결합해서 대변으로 배설되고, 채식으로 알칼리화 된 소변으로 요산 배출이 촉진되고,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C 등 항산화 성분들이 염증 발생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11.12].
통풍 환자들이 병원에 오면 각종 약을 사용하여 비교적 쉽게 통증은 잡을 수 있지만 근본치료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환자들도 일단 통증만 없어지면 근본치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단지 재발 방지를 위한 약만 복용하기를 원한다.
급성 통풍 발작 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콜키친은 통증치료에 효과적인 약이지만 면역억제제라 장기간 복용 시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13]. 혈중 요산 수치를 내리는 약으로 요산 생성 억제제인 알로퓨리놀(상품명 자이로릭) 또는 최근에 나온 페북소스타트(상품염 페브릭)를 주로 사용하고, 요산 배출 촉진제로는 프로베네시드나 벤즈브로마론(Benzbromarone, 상품명 유리논) 등이 있으나 간기능 장애, 신장결석,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등 각종 부작용이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 [14].
통풍약은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인 염증을 없애 통증은 잡지만, 요산결정체를 없애지는 못하기에 서서히 관절이 파괴된다. 마치 불이 나서 사이렌이 울리는데 불을 끌 생각은 안하고 시꺼럽다며 사이렌만 꺼버리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처음에 아플 때는 너무 고통스러워 이 병의 원인이 뭐든 다 뜯어고치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약을 먹고 서서히 통증이 줄어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통풍을 유발했던 나쁜 생활습관으로 돌아간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도 나쁜 생활습관으로 생기는 병이지만, 통풍이야말로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다.
따라서 통풍은 생활습관만 바꾸면 치료된다. 요산을 증가시키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몸에 쌓인 요산들이 녹아내리면서 완치가 가능해진다 [15,16].
통풍은 치료하기가 너무 쉬운 병이다.
채식을 하면 된다.
음식이 곧 약이다.
참고문헌
1. JW Kim, SG Kwak, H Lee, et al. Prevalence and incidence of gout in Korea: data from the national health claims database 2007–2015. Rheumatol Int 2017;37:1499-1506.
2. G Ragab, M Elshahaly, T Bardin. Gout: An old disease in new perspective-A review. Journal of advanced research 2017;8(5):495-511.
3. HK Choi, K Atkinson, EW Karlson, et al. Purine-rich foods, dairy and protein intake, and the risk of gout in men. N Engl J Med 2004;350(11):1093-1103.
4. Y Zhang, C Chen, H Choi, et al. Purine-rich foods intake and recurrent gout attacks.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 2012;71:1448-1453.
5. HK Choi, K Atkinson, EW Karlson, et al. Alcohol intake and risk of incident gout in men: a prospective study. The Lancet 2004;363(9417):1277-1281.
6. T Neogi, C Chen, J Niu, et al. Alcohol quantity and type on risk of recurrent gout attacks: an internet-based case-crossover study. The American Journalof Medicine 2014;127(4):311-318.
7. JB Jun, YI Na, HJ Kim, et al. Measurement of purine contents in Korean alcoholic beverages. J Korean Rheum Assoc 2010;17(4):368-375.
8. KD Torralba, E De Jesus, S Rachabattula. The interplay between diet, urate transporters and the risk for gout and hyperuricemia: current and future direc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Rheumatic Diseases 2012;15(6):499-506.
9. B Jakše, B Jakše, M Pajek, J Pajek. Uric acid and plant-based nutrition. Nutrients 2019;11(8):1736.
10. THT Chiu, CH Liu, CC Chang, et al. Vegetarian diet and risk of gout in two separate prospective cohort studies. Clinical Nutrition 2020;39(3):837-844.
11. M Zhang, H Chang, Y Gao, et al. Major dietary patterns and risk of asymptomatic hyperuricemia in Chinese adults. Journal of Nutritional Science and Vitaminology 2012;58(5):339-345.
12. A Kanbara, Y Miura, H Hyogo, et al. Effect of urine pH changed by dietary intervention on uric acid clearance mechanism of pH-dependent excretion of urinary uric acid. Nutrition journal 2012;39:https://doi.org/10.1186/1475-2891-11-39.
13. Y Finkelstein, SE Aks, JR Hutson, et al. Colchicine poisoning: the dark side of an ancient drug. Clinical Toxicology 2010;48(5):407-414.
14. TG Rider, KM Jordan. The modern management of gout. Rheumatology 2010;49(1):5-14.
15. C Yokose, N McCormick, HK Choi. Dietary and Lifestyle-Centered approach in gout care and prevention. Current Rheumatology Reports 2021;https://doi.org/10.1007/s11926-021-01020-y.
16. SK Rai, TT Fung, N Lu, et al. The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ASH) diet, Western diet, and risk of gout in men: prospective cohort study. BMJ 2017;357:j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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