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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운동 칼럼] 파샤는 어차피 죽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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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운동 칼럼] 파샤는 어차피 죽었을 거라고?


최근 청주시 동물보호센터가 고양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런데 이를 쉴드치고 나선 사람이 있었고 청주시가 이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르면서 감사를 표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실소와 분노를 자아냈다. 나는 청주시의 전문가 소동을 보면서 옛날 증권사 다닐 때가 생각났다. 


증권사에는 애널리스트라는 전문가가 있어서 특정 종목에 대해 매도, 보유, 매수, 적극매수 등 투자의견을 내놓는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투자의견 중 매도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단적으로 낮다. 2015~2024년에 발표된 전체 리포트를 대상으로 분석해 보면 매도의견은 0.14%에 불과하다. 국내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이 최근 회계연도 기준으로 모간스탠리 15.9%, 제이피모간 51.3%, 골드만삭스 16.3%인 것과 대비해 보면 순수 국내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알 수 있다. 


순수 국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에게 왜 그러고 있냐고 물어보면 한국의 기업과 한국의 투자자들 핑계를 댄다. “한국 기업들은 자사에 불리한 리포트를 쓴 증권사에 대해 탐방 거부는 물론, 명예훼손 소송이나 금융당국 민원 제기 등 감정적이고 직접적인 보복을 가하는 경우가 흔하다. 주가 하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의 신상을 털거나 증권사에 하루 수백 통의 항의 전화를 걸어 업무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논리라면 외국계 증권사는 어떻게 매도의견을 낼 수 있는데?


그냥 비겁하고 이기적인 것이다. 나는 똑같은 느낌을 동물학대 사건을 대하는 수의사에게서 받는다. 학대당한 동물을 수의사에게 데려가면 학대당했다는 소견을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의사가 하는 말은 대체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동일한 검사 결과에 대해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학대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양립가능하다. 그러나 우스꽝스럽게도 전자는 무죄의 근거로 이용되고 후자는 유죄의 근거로 이용된다. 동물은 말이 없고 힘도 없고, 학대자는 수의사를 괴롭히거나 수의사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대구의 어떤 동물학대 사건처럼 학대자의 엄마가 그 동물병원의 고객일 수도 있다. 그래서 수의사는 거의 늘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파샤 사건이 났을 때, 자칭 ‘동물보호가’가 ‘수의사회의 전문 자문’을 받았다고 하면서 “어떠한 응급조치로도 생명을 살릴 수 없는 상태였을 확률이 높았습니다”는 이야기를 관계기관에 돌렸다. 수의사회의 자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일 것이고 그 ‘동물보호가’와 어울리는 수의사 한 두 명은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파샤가 쓰러진 현장에서 어느 시민도 파샤가 병원으로 옮기면 죽을 확률이 낮다는 확신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살아 있고 살 가능성이 있으니 당연히 옮겨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옮길 것을 요구한 것이다. 영상을 보고 살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터무니 없고, 옮겨봐야 살리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규정하는 것은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덧붙여, 그런 이야기를 ‘전문 자문’이라고 이용하면서, 파샤의 죽음을 방치한 행위를 쉴드치는 ‘동물보호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가는 특정 분야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종종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다. 동물법과 동물정책, 동물행정이 비겁하고 이기적인 전문가가 표명하는 왜곡된 의견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개별 사안은 많은 경우 여러 분야가 얽힌 문제여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존하면  선무당이 동물잡는 결과에 이르기 쉽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동물을 의료적·법률적 대상이 아닌,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회적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것은 또한 동물을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의지이다. 그것은 또한 이러한 관점과 의지를 지지하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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