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채식의 아킬레스건(비타민 B12 보충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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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발뒤꿈치에 있는 굵은 힘줄을 아킬레스건(腱, Achilles tendon)이라 한다. 치명적인 약점을 말할 때에도 "아킬레스건"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고대 그리스신화 속의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유래되었다. 채식이 체중 조절에 가장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의학적으로 검정되어 있지만, 채식에도 약점이 하나 있다.
고기를 하나도 안 먹고 채식만 하면 영양분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흔히 있다. 채식을 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당연한 걱정이다. 채식인과 비채식인의 영양상태를 조사한 연구가 있다. 19세 이상 성인남녀 약 1만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섬유질, 칼슘, 마그네슘, 철분, 비타민 A, B(thiamine, riboflavin, folate), C, E 등의 영양분은 비채식인보다 채식인에게 오히려 더 많이 있어 채식은 영양학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채식인에게 부족한 영양분은 비타민 B12(cobalamine)였다고 한다 [1]. 채식주의자들의 천국이라는 독일에서 최근 나온 청소년 대상의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채식으로 성장기 청소년들의 영양보급에는 문제가 없으나, 완전 채식인 비건을 오래 하는 경우엔 비타민 B12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했다 [2].
비타민(vitamin)은 생명을 의미하는 ‘vita’와 화합물을 뜻하는 ‘amine’이라는 라틴어의 합성어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미량으로 생체 내의 물질대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하지만, 그 자체가 에너지원이나 신체의 구성 성분은 아니다.
모든 비타민은 인체가 스스로 만들 수 없는 물질이기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은 14가지 종류가 있는데 식물이 만들 수 없는 비타민이 2종류가 있다. 비타민 D와 비타민 B12가 그것이다. 비타민D는 실제로는 비타민이 아니고, 우리 몸의 피부가 자외선을 통해 만드는 호르몬으로 추후 골다공증 예방 편에서 자세히 기술할 예정이다. 비타민 B12는 흔히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있어 채식을 하면 부족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비타민 B12는 동물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동물의 장내에 있는 세균(bacteria)들이 비타민 B12를 만들어 간이나 근육 등의 조직에 저장한다 [3].
인체의 소화기관인 소장에서도 비타민 B12를 생산할 수 있는 세균들이 있다 [4]. 하지만 장내 세균의 숫자는 대장에서 가장 많아(4 trillion/cc of feces) 대부분의 비타민 B12는 대장에서 만들어진다. 음식과 함께 섭취된 비타민 B12는 위에서 생산되는 내인자(Intrinsic factor)와 결합한 후 소장의 끝부분인 회장(ileum)에서 흡수가 되어 간에 저장되므로, 대장에서 만든 비타민 B12를 인체가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비타민 B12의 기능은 세포의 DNA 합성과 지방 및 단백질 대사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데, 결핍시 적혈구 생성기전(erythropoiesis)의 장애로 인한 악성빈혈(pernicious anemia)이나 신경 수초(myelin sheath) 형성 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감각 이상 등의 신경 증상이 생길 수 있다 [5,6].
인체에서 비타민 B12의 소비량은 극히 미량이라서(하루에 신체 총저장량의 약 0.13% 사용 [7]), 완전 채식인 비건을 3-4년 하더라도 비타민 B12 결핍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드물지만, 서양에서는 채식인들에게 비타민 B12 보충제 복용을 적극 권장한다 [8].
하지만 한국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면 한국인들에게는 서양인들과는 다른 특이한 식습관이 있다. 발효식품과 해조류가 그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된장, 청국장, 고추장, 김치 등 발효식품과 김, 파래,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도 비타민 B12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9,10]. 식품의 발효과정에 참여하는 세균들이 비타민 B12를 만들어내고, 해조류와 공생관계에 있는 세균들이 합성한 비타민 B12가 해조류에 축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들 식품은 아주 좋은 비타민 B12 공급원이다.
비타민 B12 부족증은 채식인들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육식인에게도 생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증가하는데 65세 이상인 경우 약 5%, 75세 이상에서는 약 10%의 서양인에게 비타민 B12 부족증이 있다고 한다 [11]. 위산 분비가 감소된 만성위염, 위축성 위염, 위나 소장 절제 환자, 염증성 장질환(e.g. Crohn’s Disease), 위산분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또는 H2 blocker)나 당뇨약인 메트폴민(Metformin)을 장기간 복용하는 분들도 비타민 B12 흡수장애로 인한 결핍증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12,13].
채식 관련 강의를 하러 가면 청중들이 채식으로 영양이 부족할거란 인식하에 저에게 따로 영양제를 먹지 않냐고 종종 질문을 한다. 필자는 채식을 한 이후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영양제를 일절 먹지 않고 있다(과거에 육식할 때는 영양제를 먹곤 했다).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매일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데 따로 영양제를 사 먹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채식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비타민 B12 결핍증을 걱정해서 피검사를 해보았다. 채식 4년째 정상, 그리고 채식 7년째인 최근 검사(2022.7.28)에서도 역시 비타민 B12 수치는 정상으로 나왔다. 빈혈 검사인 헤모글로빈(Hemoglobin) 수치도 당연 정상이다.
한국인은 채식하기에 최적화된 축복받은 민족이다.
참고문헌
1. B Farmer, BT Larson, VL Fulgoni III, et al. A Vegetarian Dietary Pattern as a Nutrient-Dense Approach to Weight Management: An Analysis of the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1999-2004. Journal of the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 2011;111(6):819-27.
2. U Alexy, M Fischer, S Weder, et al. Nutrient intake and status of german children and adolescents consuming vegetarian, vegan or omnivore diets: Results of the vechi youth study. Nutrients 2021;13: 1707.
3. F Watanabe, T Bito. Vitamin B12 sources and microbial interaction. Experimental Biology and Medicine 2018;243(2):148-158.
4. MJ Albert, VI Mathan, SJ Baker. Vitamin B12 synthesis by human small intestinal bacteria. Nature. 1980 Feb 21;283(5749):781-782.
5. G Rizzo, AS Laganà, AMC Rapisarda, et al. Vitamin B12 among vegetarians: status, assessment and supplementation. Nutrients 2016;8(12):767.
6. F O'Leary, S Samman. Vitamin B12 in Health and Disease. Nutrients 2010;2(3):299-316.
7. EL Doets, A Szczecińska, AE Cavelaars, A Brzozowska. Systematic review on daily vitamin B12 losses and bioavailability for deriving recommendations on vitamin B12 intake with the factorial approach. Annals of Nutrition and Metabolism 2013;62(4):311-322.
8. R Pawlak, SJ Parrott, S Raj, et al. How prevalent is vitamin B12 deficiency among vegetarians? Nutrition Reviews 2013;71(2):110-117.
9. 곽충실, 황진용, 와다나베 후미오, 박상철. 한국 장류, 김치 및 식용해조류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상용 식품의 비타민B12 함량 분석 연구. 한국영양학회지 2008;41(5):439-447.
10. F Watenabe, Y Yabuta, T Bito, F Teng. Vitamin B12-Containing Plant Food Sources for Vegeterians. Nutrients 2014;6(5):1861-1873.
11. LH Allen. How common is vitamin B-12 deficiency?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09;89(2):693S-696S.
12. RC Langan, AJ Goodbred. Vitamin B12 deficiency: recognition and management. Am Fam Physician 2017;96(6):384-389.
13. R Valdés-Ramos,* GL Ana Laura, MC Beatriz Elina, BA Alejandra Donají. Vitamins and Type 2 Diabetes Mellitus. Endocr Metab Immune Disord Drug Targets. 2015;15(1):5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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