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관절염은 채식으로 치료된다(수술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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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외상이나 감염 부위에 단기간(수일 또는 2-3주) 생기는 급성 염증으로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몸을 보호하는 ‘좋은 염증’이고, 다른 하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혈관이나 장기 등에 미세한 염증이 장기간(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속되는 만성 염증으로 몸에 해로운 ‘나쁜 염증’이다.
손상이나 감염 부위가 작고 일시적일 때는 급성 염증 반응으로 치유가 되지만, 염증이 반복적이고 장기간 지속될 땐 만성 염증 상태가 된다. 육식은 체내에 흡수 분해되면서 암모니아, 황화수소, 요소 등 독성 물질이 많이 생성되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1,2], 반면 채식은 염증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4]. 만성 염증은 심혈관질환, 뇌졸중, 암, 당뇨병, 만성신장병, 지방간 등 주요 사망 원인이 되는 질환뿐 아니라 습진, 건선 같은 피부 질환이나 다발성 경화증, 천식 같은 자가면역 질환, 심지어는 치매까지 유발할 수 있다 [5].
비만은 저강도의 만성 염증 상태로 우리 몸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데 [6], 퇴행성 관절염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 통풍성 관절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7,8,9]. 따라서 비만인 관절염 환자들을 위한 치료의 우선순위는 체중조절이다 [10].
운동으로 소모되는 칼로리는 생각보다 적어 운동으로 살 빼기는 힘이 들고, 현재 유행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장기간 지속시 영양의 불균형으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 채식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성분은 거의 없는 대신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성분, 섬유질 등 건강에 필요한 영양분들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따로 영양제를 사서 먹을 필요가 없는, 안전하고 검증된 다이어트 방법이다. 채식으로 다이어트할 때 최고의 장점은 칼로리 계산할 필요 없이 양껏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ad libitum diet).
최근에 나온 한 광범위한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신뢰할만한 의학연구의 대표적인 방법) 연구에서 최고의 다이어트는 공장에서 가공된 음식을 일절 배제하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채식(whole-food plant-based diet, 자연식물식)이라고 한다. 채식을 마음껏 배부르게 먹으면서,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비만인 참가자들 평균 체중이 다이어트 시작 전 95kg에서, 3개월 뒤 86kg, 6개월 뒤 83kg으로 약 12kg 감량되었고, 이후 1년이 지날 때까지도 체중은 큰 변동없이 유지되었다 한다 [11].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고 운동을 따로 추가하지 않은, 의학 논문에 보고된 어떤 다이어트 방법보다 채식은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살을 빼려면 음식을 적게 먹으라는 일반적인 통념이 있으나, 배고픈 다이어트는 100% 실패한다. 음식을 적게 먹는 것보다는 음식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채식은 시중에 유행하는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들처럼 그만두면 1-2개월 내 체중이 원상 복귀되는 요요현상이 없고 부작용이 없어 평생 지속 가능하다.
퇴행성 관절염은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체중 부하로 인한 마모(磨耗, wear and tear)뿐만 아니라, 체중 부하와 관계없는 손가락에 관절염이 오는 걸 봐서, 지질대사 장애로 인한 만성 염증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다 [12]. 따라서 고지혈증 상태를 개선하는 약인 스태틴(statin)을 써서 무릎 관절염이 좋아지기도 한다 [13]. 더 바람직한 것은 채식을 하는 것인데, 단 1주일 만에 LDL 콜레스테롤 30% 감소 효과를 보여 스태틴 약물의 효과와 비슷하다 [14]. 즉 약 안 먹고도 채식을 하면 체중 감량 및 고지혈증이 해결되면서 관절염도 저절로 좋아진다 [15,16].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은 각종 성인병을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채식 프로그램으로 약 5천 명의 참가자들을 교육한 후 식사량 제한 없이 마음껏 먹었을 때 불과 30일 만에 체중감소(-3.2%),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 감소 (-4.9% 및 -5.3%), 총콜레스테롤 감소(-11.0%), LDL 콜레스테롤 감소(-13.0%), 중성지방 감소(-7.7%), 공복혈당 감소(-6.1%)가 동시에 일어나 체중 조절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들이 같이 좋아져서 많은 환자들이 평소 먹던 약을 줄이거나 끊었다고 한다 [17].
필자의 병원에서 수술받는 모든 환자들은 채식을 기본 식단으로 한다. 수술받고 입원기간 동안 지병인 고혈압, 당뇨병이 호전되어 약을 줄이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필자 본인 경우에도 50대 초반에 과체중에 당뇨병과 통풍에 걸렸으나 채식으로 전환 후 체중 7kg 감량, 당뇨병과 통풍이 완치되었고, 체력이 매우 향상되었다. 육식을 할 땐 1km를 숨이 가빠서 제대로 뛰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5-6km를 난스톱으로 쉽게 뛴다. 채식은 체중조절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을 치료하여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일석이조의 다이어트다.
마음대로 먹고살다가 관절염이 심해지면 나중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 해결할 거라고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수술이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무릎 인공관절 수술받는 200명 중 1명이 술 후 90일 내 사망한다 [18]. 또한 수술받은 환자의 약 20%는 술 후에도 통증 및 기능 장애가 남아 수술 결과에 만족 못한다 [19]. 따라서 수술은 최후의 방법이지 쉽게 선택을 하면 안 된다. 수술 안 하고 식사를 채식으로 바꾸어 관절염을 고치는 게 훨씬 현명하다 [20].
관절이 아프면 삶이 정말 힘들어진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으니 일상생활이 안 되고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 무릎관절 수술을 예약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본원에서 채식을 통한 체중감량 방법을 교육받은 환자들 중 증세가 호전되어 수술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의사 입장에서 매우 기쁜 일이다.
따라서 인공관절 수술, 관절경 수술, 절골술, 연골 줄기세포 시술 등을 하기 전에 반드시 채식으로 체중감량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을 권한다. 수술은 불가역적인 방법이며 수술에 따른 여러가지 위험한 합병증들이 생길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채식을 하면 체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만성 염증이 해소되고, 관절염 증상이 좋아져서, 수술이나 약 없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Why not?(왜 안 하는가?)
참고문헌
1. M Mazidi, AP Kengne, ES George, M Siervo. The association of red meat intake with inflammation and circulating intermediate biomarkers of type 2 diabetes is mediated by central adiposity.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2021;125(9):1043-1050.
2. SH Ley, Q Sun, WC Willett, et al. Associations between red meat intake and biomarkers of inflammation and glucose metabolism in women.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4;99(2):352-360.
3. F Haghighatdoost, N Bellissimo, JOT de Zepetnek, MH Rouhani. Association of vegetarian diet with inflammatory biomarker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observational studies. Public Health Nutrition 2017;20(15):2713-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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